원형 탈모를 겪는 사람은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최대 4.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원형 탈모 초창기에는 심근경색 위험이 낮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발병 위험은 커졌다.

원형 탈모 환자에서 보이는 전신의 만성 염증 상태가 심근경색 발생을 촉진시키는 원인으로 추정됐다.

원형 탈모와 심근경색간의 관계를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를 통해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팀은 원형 탈모 환자를 포함한 한국인 약 48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관련 기사가 실리는 등 외신의 조명도 받았다.

원형 탈모는 면역세포가 피부 모낭(털 주머니)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모발이 빠지게 만드는 비교적 흔한 자가면역성 탈모 질환이다. 다른 내과적 자가면역 질환과 아토피피부염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안형식, 김현정 교수팀과 함께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원형 탈모를 진단받은 국내 30~89세 환자 22만8886명과 나이 및 성별을 짝지은 대조군 457만7720명을 대상으로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생 위험을 12년간 추적 관찰했다.
원형 탈모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44세였으며 남성이 55.7%(12만7564명)를 차지했다.

분석 결과, 원형 탈모 환자들에서 흡연자 비율은 높았지만 그 외 다른 심혈관계 위험인자인 혈압, 혈당,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고지혈증 등은 오히려 더 우수한 상태였다.
다른 위험인자들을 모두 보정해 분석했더니 초기 관찰 단계에서 원형 탈모 환자의 심근경색 위험은 대조군의 17%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역전됐다. 원형 탈모 환자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관찰 8~10년째에는 대조군의 1.37배였으며 10~12년 째에는 4.51배까지 높아졌다. 특히 남성, 흡연자, 5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정원 교수는 “원형 탈모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이전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원형 탈모 환자들의 혈액에서 전신의 염증상태를 반영하는 CRP 단백질(C-reactive protein)이나 산화 스트레스(몸에 나쁜 활성 산소가 많이 생김) 레벨이 증가돼 있었는데, 이는 원형 탈모에서 보이는 염증이 피부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적으로 증가될 수 있음을 뜻한다”면서 “원형 탈모 환자에서 보이는 전신의 만성 염증상태가 결국 심근경색 발생을 촉진시키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원형 탈모가 단순히 피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적 영향을 주는 질환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크다”면서 “원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금연 캠페인 등 심혈관계질환 예방에 도움되는 교육을 통해 심근경색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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