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를 기회로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운동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관련 시민단체의 문제를 내세워 위안부 역사와 운동을 부정하려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주장을 쏟아내는 건 극우 유튜버 집단이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집단 사기극’이라 칭하고 위안부 피해자 역시 ‘가짜 피해자’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구독자가 42만명에 이르는 한 극우 성향 유튜브 운영자는 지난 11일 업로드한 동영상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내부고발자인 동시에 위안부 국제사기단의 일원이라고 본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또 “이 할머니는 가짜 피해자인데 정의연에서 용도폐기되니 폭로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지난 14일 “거대한 위안부 사기극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선 “알고보니 이 할머니가 정치9단이었다”며 이 할머니의 문제제기를 비하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공격은 진보진영에서도 나왔다. 자신이 ‘민주 진영’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지난 25일 “이 할머니의 노욕에 쌓아온 모든 것이 날아갔다”며 “할머니가 치매가 왔든지 아니면 사리분별이 안돼 주위 꼬드김에 넘어갔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자신이 대단한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군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근거 없이 부정하는 흐름이 주목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위안부를 부정하는 것은 일본 우익의 주장을 불순한 의도로 답습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이자 역사적 사실로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에 대한 의혹 제기와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태일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어느 시민단체든 정의연과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지만, 정의연에 대한 논란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왜곡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시민단체의 잘못과 별개로 그간 있어왔던 위안부 운동의 의미와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피해자분들에게 다시 해를 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정계 진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윤 당선인이 제도권에 들어가면서 위안부 문제가 갑자기 진영논리로 비화된 측면이 있다”며 “국회의원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정의연인데, 그냥 시민운동으로 남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강보현 송경모 기자 uzi@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