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전에서 돌파하는 팔라시오스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던 지난 22일 포항 스틸야드. 침울한 표정으로 동료들이 땀 흘리고 있는 피치 위를 쳐다보고 있던 팔라시오스(27·콜롬비아)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스타팅 멤버로 투입됐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김기동 감독에 의해 전반 41분 만에 교체된 그는, 라커룸에서 씻고 나와 다시 벤치로 돌아가 앉지 못했다. 후반전 내내 라커룸 출입구에 기대 선 채 굳은 얼굴로 그라운드만 응시할 뿐이었다.

이날 팔라시오스의 모습은 지난 시즌 프로축구 K리그2 FC 안양에서 황소 같은 활동량과 돌파로 11골 6도움을 올리며 시즌 베스트 11급 활약을 펼친 선수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포항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돌았다. 볼 소유권을 쉽게 잃어버렸고, 장점인 스피드도 살리지 못했다. 어디에 서있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일 정도로 공격과 수비 포지셔닝도 어정쩡했다. 포항의 효과적인 공격은 팔라시오스가 서 있던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부근에서 대부분 전개됐다.

김 감독도 자신이 선발로 투입한 선수를 전반 종료 전에 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나온 수치는 감독의 선택이 왜 옳았는지를 증명한다. 이날 팔라시오스는 41분을 뛰며 슈팅이 한 차례도 없었다. 2번의 돌파를 시도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전반 내내 동료 중 가장 적은 10번의 패스만 시도(7번 성공)했을 정도로 경기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했다. 대신 투입된 이광혁(25)은 달랐다. 50분을 뛰며 2번의 슈팅을 날려 모두 골대 안으로 보냈다. 패스도 39번 시도해 35번 성공(성공률 89.7%)시키며 경기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수비 지표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수를 투입했다. 연계, 수비 쪽에서 (이)광혁이가 더 잘 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그 말처럼 이광혁은 7번의 볼 획득을 기록해 4번에 그친 팔라시오스를 앞섰다. 3번의 상대 파울(팔라시오스 0회)을 유도해낼 정도로 적극적인 몸놀림을 보였다.

팔라시오스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포항의 성적도 정체돼 있다. 포항은 1라운드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대 0으로 잡으며 올 시즌을 시작했다. 화끈한 공격력에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대구 FC 원정에서 1대 1로 비겼고, 3라운드에선 홈에서 서울에 1대 2로 패하며 6위(승점 4점·1승1무1패)에 머물고 있다.

전지훈련에서 축구화 끈을 질끈 묶는 팔라시오스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 교체는 김 감독의 ‘충격 요법’일 수 있다. ‘일오팔팔(일류첸코-오닐-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 4인방의 활약은 올 시즌 포항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요소다. 정체된 팔라시오스가 깨어나야 포항의 화끈한 공격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포항 관계자는 “감독님이 ‘외국인 선수도 안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려 하시는 것 같다”며 “팔라(시오스)에게도 자극이 될 텐데 본인이 더 열심히 어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팔라시오스는 거칠게 몸싸움하는 경기장 안에서완 달리 밖에선 ‘순둥이’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전 후반 내내 이광혁의 플레이를 ‘서서’ 지켜본 팔라시오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강렬해 보였다. 포항은 3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1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맞붙는다. 최소실점 공동 1위팀(1실점)인 인천의 굳건한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팔라시오스의 ‘크랙’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팔라시오스가 포항 전술에 녹아들어 ‘조기교체’의 아픔을 떨쳐낼 수 있을까. 팔라시오스의 달라질 모습이 기대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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