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경찰서 주변 한 술집이 불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분노한 시민들의 유혈 폭동으로 번졌다. 폭력 시위가 다른 도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11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성난 시위대의 폭동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를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미 엎드려있는 그의 목을 10분 가까이 짓눌러 숨지게 만든 것에 대한 항의 의미다.

시위는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수천명이 이날도 거리로 쏟아져나왔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 중심지인 미니애폴리스 제3경찰서 건물 입구가 불탔다. 총 16곳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가 폭동 양상으로 확대되자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미니애폴리스를 포함한 주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 소집령을 내렸다.

시위 기간 동안 일부 시위대가 대형마트 등 상점을 약탈하고 공공건물을 파손하는 일도 다수 발생했다. 도심 전당포에서는 총격 사망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전당포 주인이 약탈범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적 가혹 행위에 대한 분노는 미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의 마지막 절규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새 슬로건이 됐다.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테네시주 멤피스 등 인근 도시로 시위가 확산된 데 이어 이날 뉴욕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40여명이 뉴욕 경찰에 체포됐다. 폭스뉴스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권총을 뺏으려 했다고 전했다.

WP는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흑인들에 대한 미 경찰 당국의 잔혹성이라는 해묵은 주제가 11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거리낌 없는 혐오 발언으로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사건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지난 밤에 영상을 보고 매우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표를 의식한 듯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분개하며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촉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깡패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을 “매우 약한 급진 좌파 시장”으로 표현하며 그의 리더십 결여가 도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이번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경찰 폭력에 분개하는 흑인 유권자 그룹, 경찰들에 연민을 느끼며 지도자가 범죄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길 바라는 유권자 그룹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지지층인 백인 남성 노동자 계층의 요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강한 공권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흑인 그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 퀴니피악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81%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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