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마지막 날, 혼인신고를 마친 지 한 달도 안 된 중년 부부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여수 금오도로 향했다. 아내 김선옥(가명)씨는 늦은 나이에 만난 남편과의 시간이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선옥씨의 휴대폰에는 금오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촬영한 행복한 일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선옥씨의 삶은 그곳에서 끝이 났다. 차가운 여수 밤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자동차. 남편이 차에서 내린 사이 아내만 타고 있던 차량이 선착장 경사로를 따라 바다로 추락했고 익사했다. 아내를 구하려던 남편은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30일 방송은 여수에서 발생한 금오도 차량 추락 사망 사건을 조명한다. 인양한 차량 안에서 선옥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추적은 시작된다. 차량의 뒷좌석 창문은 7cm 정도 내려가 있었고 선옥씨는 나체 상태였다. 정차됐던 차량의 기어는 중립이었다. 인근 동네 주민은 고개를 저으며 “뭔가 조금 이상해요. 다들 이상하다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수상한 건 더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선옥씨의 사망보험금이 총 17억5000만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익자는 모두 남편. 그는 보험설계사였고 모든 보험은 그가 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 쪽에 무게가 실렸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남편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는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 당일 차 안에서 부부관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아내가 나체 상태로 발견된 것이고 관계 도중 다급한 일이 생겨 차를 후진하다 방호 울타리에 들이받게 됐는데, 차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혼자 내린 사이 바람이 불어 차가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내릴 정도로 경황이 없었지만 차량 추락 후 얼음장 같은 겨울 바다에 몸을 던질 정도로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 박씨 측은 실제 사고가 있었던 장소에서 똑같은 차량을 두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남편의 말처럼 사고 지점에서 차량이 중립인 상태에서 작은 움직임에 의해 내려갈 수 있는 임계점이 발견됐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판단하여 금고 3년형을 선고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방송은 그날의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기 위해 여수 금오도 직포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람과 물때가 비슷한 조건이 있던 날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 속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 오후 11시10분 방송.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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