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대의 무제한적인 힘 사용” 경고
시위 자제 ‘엄포용’ 분석
그러나 군대 투입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 우려
“약탈하면 총격” 주장했다가 “그런 뜻 아냐” 해명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경찰들이 지난 28일 시위대가 주(州) 의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시위대를 흩어지게 만들기 위해 가스나 화약물질이 든 산탄총을 쏘고 있다. 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라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전국으로 확산되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 투입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시위대를 향해 “폭도들(RIOTERS)”, “조직화된 그룹”, “나쁜 급진 좌파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투입 경고는 시위대를 자제시키기 위한 위협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군대 투입을 결정할 경우 시위 양상은 더욱 격화되고, 엄청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린 트위터 글에서 “폭력을 조장하기 위해 주(州) 경계선을 넘는 것은 연방 범죄”라고 주장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자동차 부품 판매점 ‘오토 존’ 매장이 지난 27일 흑인 사망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들의 방화로 불타고 있다. AP뉴시스

그는 이어 “진보적인 주지사들과 시장들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는 개입해 해야만 할 일들을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우리 군대의 무제한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가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위터 글에선 “어젯밤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촉발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있었던 폭도들의 80%는 주(州) 밖에서 왔다”면서 “그들은, 주로 흑인들의 소규모 가게, 가정, 그리고 평화와 평등을 희망하는 미니애폴리스 주민들의 지역사회에 피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군대는 준비돼 있다”면서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는 매우 신속하게 군대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위대는 ‘안티파(Antifa·극우파에 맞선 극좌파)’이며 많은 나쁜 급진 좌파들”이라고 비난했다.

미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시위가 가장 격렬한 미네소타의 주지사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군부대 파견은 1807년 발효된 연방 법률인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법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 마지막으로 사용됐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는 연설에서도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잔혹한 행동에 분노한 시위대를 ‘폭도’, ‘약탈자’, ‘급진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흑인 사망자) 조지 플로이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직화된 그룹들이며 직업적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시위대”라고 비난했다. 시위대의 순수성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위터 글에선 백악관 앞에서 벌어졌던 항의 시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백악관) 안에서 나는 어젯밤 백악관 앞에 있었던 시위를 모두 지켜봤다”면서 “나는 최고의 안전감을 느꼈다”고 비밀경호국(SS)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백악관 울타리 근처로 접근했다면 ‘가장 사나운 개’와 ‘가장 험악한 무기’를 만나 심하게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바로 앞 라파예트 공원에 29일 오후 10시 시위대가 몰려와 5시간 넘게 비밀경호국 요원들과 대치하다 30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해산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은 모든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봉쇄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에도 트위터에 “폭력배(THUGS)들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시위대를 향한 군과 경찰의 총격 대응을 시사한 발언이라 충격을 던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니애나폴리스에서 한 남성이 총격으로 숨졌고,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7명이 총격으로 부상을 입었던 일을 거론했던 것”이라며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미국 군·경찰의 총격 대응이 아니라 미국 시민들 사이의 총격 사태를 우려했던 표현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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