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 10만명, 실업자 4000만명
설상가상으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불붙어
경찰차 불타고…6개 주(州), 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사회적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30일(현지시간) 흑인 사망에 분노한 시위대가 경찰차들을 불태우거나 파손하고 있다. AP뉴시스

대혼돈이 미국을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숫자는 4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백인 경찰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라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는 폭력적인 형태를 띠면서 미국 전국으로 불붙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시위에 참여하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어 코로나19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급진 좌파”로 몰아세우면서 군대 투입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는 30일(현지시간) 거의 모든 미국의 대도시에서 벌어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들이 29일(현지시간)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심 주요 도로 한가운데에 불을 질렀다. AP뉴시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경찰차가 불탔다. 시위대의 방화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에서도 경찰차들이 불에 탔다. 시카고에서도 경찰차가 파손됐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의 차량을 파손했다.

휴스턴에서는 최소 137명의 시위 참여자가 체포됐다. 뉴욕에서도 24명 이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츠버그에서는 경찰관들과 지역 언론 기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가 격화된 미네소타주·조지아주·오하이오주·콜로라도주·위스콘신주·켄터키주 등 6개주와 수도 워싱턴은 주(州) 방위군을 투입하거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애틀랜타·덴버·컬럼버스(오하이오주) 등과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등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곳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벌어졌던 미니애폴리스다. 경찰은 미니애폴리스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경찰 당국이 시위 현장과 가까운 경찰서에 대피 명령을 내리자 시위대들은 29일 텅빈 경찰서에 난입해 불을 질렀다.

폭동 사태는 미시시피강을 사이에 두고 미니애폴리스와 마주해 ‘쌍둥이 도시(트윈시티)’로 불리는 세인트폴로도 번졌다. 200여개 상점이 약탈당했고, 한인 상가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30일(현지시간) 벌어진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서 성조기를 든 시위대가 경찰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백악관 앞에서는 29일 밤 일부 시위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최루액을 뿌리며 저지했다. 백악관은 한 때 모든 출입을 통제하는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항의 시위로 미국 정치 시스템의 기능 장애와 인종적 불평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바바라 랜스비 일리노이대 교수는 “(흑인과 저소득층이 많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오래된 인종적 불평등을 다시 부각시켰다”면서 “경찰의 폭력도 같은 불평등을 강력하게 주입시켰다”고 설명했다. 랜스비 교수는 또 “사람들은 이런 모든 일에 분노하고 있다”며 “지금은 역사적으로 주요 전환점이자 균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9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가 경찰차를 불태웠다. AP뉴시스

더글러스 브린클리 라이스대 역사학과 교수는 WP에 “모든 사람들이 화약고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 생활을 묶고 있는 가닥들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브린클리 교수는 이어 “지금은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이 정치적으로 갈라졌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브린클리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불안을 자신에게 잠재적으로 이로운 정치적 사안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정부적 상황을 진압하면서 자신을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