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의 산 일데폰소 성당에서 31일(현지시간) 미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빈곤 가정의 최저생활비를 보장하기 위해 이달부터 월 최대 140만원을 지급한다. 85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통해 전체 인구의 12%가 넘는 극빈층 비율을 끌어내리린다는 목표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 등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최저생계비 지원안이 통과됐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 연합의 대표이자 부총리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스페인에서 새로운 사회적 권리가 창출됐다”며 “우리 민주주의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고 “이 정부의 정치적 선택이 ‘사회 정의’라는 것을 보여준 날”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헤수스 몬테로 재무장관도 “스페인 안의 불평등과 맞서는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설명하고 “이 제도는 160만명의 극빈층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극빈층 160만명은 스페인 전체 인구의 12.4%에 해당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극빈층 비율은 6.9%다.

엘파이스는 “스페인 인구의 26.1%는 ‘빈곤 위기’에 있다”면서 “중위소득 60% 이하, 즉 1년에 8871유로(약 1210만9000원)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빈곤층 85만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가구 구성원 수 등에 따라 가구당 월 최소 462유로(약 64만원)에서 최대 1015유로(약 140만원)까지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이 낮은 빈곤계층에 정부가 추가 생계비를 지급해 가구당 연 소득이 최소 1만70유로(약 1400만원)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예산은 연간 30억 유로(약 5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매체는 이같은 복지제도가 스페인에서 처음 도입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17가지의 생계비 지원 제도가 있지만 지원금이 일정하지 않으며 30만가구 정도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 사회안전부장관은 “정부의 최저생계비는 기존 지방 정부에서 받아 온 지원금과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국무총리가 31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몽클로아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생계비 지원을 받기 위해선 청구인의 법적 연령이 65세 미만이어야 한다. 65세 이상은 최소 월 462유로(약 63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합법적으로 거주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이주민도 생계비 지원을 청구할 수 있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과 포데모스가 연합해 출범한 스페인 좌파연립내각은 지난해부터 빈곤층에 대한 최저생활비 보장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연립내각을 구성하면서 저소득 또는 무소득 가정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코로나19 위기는 이 지원책의 도입을 앞당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빈곤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탓이다.

산체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사회의 일부 구성원들이 낙오하는 국가는 번영할 수 없다”면서 “이 제도는 스페인을 더욱 평등한 나라로 만들어 줄 복지국가의 새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