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코럴게이블스 지역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집회 도중 경찰관들이 강력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시위대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흑인 사망 관련 미국 시위는 주말간 140여개 도시로 번지며 수천명의 군 병력과 대치하는 등 연일 확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규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진압을 담당하는 경찰들도 추모 대열에 가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SNS에는 미주리와 뉴욕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경찰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뉴욕 퀸스에서 흑인을 위한 지역언론을 운영하는 알리아 아브라함이 찍어 올린 이 영상에는 시위대와 함께 무릎을 꿇은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들이 등장한다. 시위대의 초청으로 시위 한복판에 서게 된 이들은 그간 억울하게 숨진 흑인들의 이름이 연명되는 동안 자세를 유지하며 추모했다.

아브라함은 이에 대해 “(나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수년간 TV나 운동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이건 정말로 좋은 신호”라며 “이제 우리가 짓밟히거나 총에 맞지만 않는다면 더 감명받을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뉴욕 외 다른 지역에서도 경찰관들이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시간주 제네시 지역 보안관인 크리스 스완슨은 시위대의 “함께 행진하자”는 요구에 “어디로 가고 싶나? 밤새 걸어도 상관없다”며 흔쾌히 수락해 환호를 받았다.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는 지난 30일 퍼거슨 경찰서장이 휘하 경관들과 함께 무릎을 꿇으며 시위대와 함께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퀸즈 지역 경찰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함께 무릎을 꿇은 영상을 첨부하며 “이렇게 변화는 시작하는 것”이라고 격찬했다.

더멋 셰이 뉴욕경찰청장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듣고 함께 일하고 우리의 다양성이 우리의 강한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무릎 꿇은 경찰의 모습은 뉴욕경찰의 정신을 구현한 진정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흑인 사망을 규탄하는 시위는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수천여명이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모여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 영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막거나 통제하지 않았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여명이 모여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경찰이 살해하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등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항의에 동참했다. 덴마크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시위대가 모여들어 ‘흑인 살해를 멈춰라’ 등이 적힌 포스터를 흔들며 집회를 벌였다.

스포츠계에서도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와 아치라프 하키미 선수는 각각 득점에 성공한 후 유니폼 상의를 걷어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고 쓰인 문구를 내보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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