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시절의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다영(24)이 토스한 공을 이재영(24)과 김연경(32)이 번갈아 때리는 모습을 보게 될까.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세계적인 레프트 김연경이 프로배구 V-리그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팬들은 다음 시즌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김연경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김연경 에이전트사 아이엠컨설팅 관계자는 1일 “김연경이 국내로 들어온 뒤 서로 편하게 알고 지낸 (흥국생명) 분들과 샐러리캡(연봉상한) 내에서 어떻게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구단에서도 김연경의 의향이 있다면 팀 계획을 검토해본다고 한 상태”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선수의 복귀 의향과 복귀 시 구단의 계약 가능성에 대한 기초적인 의견 교환은 이뤄졌단 것이다.

김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터키 현지에도 급격하게 퍼지며 리그까지 중단되자 지난 4월 15일 귀국했다. 2018년 5월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체결한 김연경은 지난달 15일엔 국제이적동의서(ITC)의 기한이 만료돼 국제무대에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이후 유럽과 중국팀 이적을 알아보던 김연경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발이 묶였다. 유럽은 코로나19 상황 개선이 더디고, 중국도 2020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리그 일정이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잘 관리되며 무관중으로라도 프로스포츠 경기들이 열리고 있는 한국 복귀 카드가 선택지에 등장한 것이다.

김연경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고, (해외팀과) 계약을 한다고 해도 리그가 진행이 안 된다거나 선수 건강 문제가 생기면 큰 마이너스가 될 거라 생각했다”며 “복귀한다면 최소 한 시즌은 무조건 한국에서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눈 상황인데 구단에 부담을 줘 기성용 건처럼 엎어질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시작. 몸 잘 만들어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운동 사진을 게시했다. 김연경 인스타그램 캡처

김연경 복귀를 위해선 흥국생명의 의사가 중요하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선수는 6시즌을 뛰어야 FA 자격을 얻지만 김연경은 4시즌만 뛰고 해외로 진출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임의탈퇴’로 묶었고, KOVO는 2013년 김연경이 복귀할 경우 2시즌간 친정팀에서 뛰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단에서 활용하든 임대나 트레이드 형식으로 타 구단에 보내든 일단 흥국생명이 임의탈퇴를 풀어야 복귀의 길이 열린다.

장애물은 ‘샐러리캡’이다. 다음 시즌 각 구단의 샐러리캡은 23억원이다. 선수 한 명은 최고 7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잡기 위해 10억원을 이미 소비했다. 세전 연봉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 김연경이 7억원 수준까지 연봉을 대폭 깎더라도, 나머지 13명의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비용은 6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 선수단 운용이란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흥국생명과 납득할 만한 대우를 받아야 할 김연경 측이 적정선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샐러리캡은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는 당장 2일 오전부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선수가 아직 복귀 ‘의사’ 정도를 표현한 것”이라며 “구단은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한다고 확실한 ‘결정’을 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연경 관계자도 “원래 (선수 등록 마감 기한인) 6월 말까지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논의하려 했지만 갑자기 복귀 의사가 공개돼 2일부턴 아마 구단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김연경은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체 실내 훈련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사진과 함께 ‘다시 시작. 몸 잘 만들어보자’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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