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상황 이해하면서도 “미국 편에 서라”
‘중국 때리기’ 동맹 틀로 접근
미국, 한국·영국·일본·호주 등과 중국 문제 ‘화상회의’
트럼프, G7회의에 한국 초청한 것도 연장선상
미국, 한국 직접 압박할 경우 한·미 관계 악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국이 중국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미국 주도의 ‘동맹 틀’에 참여시켜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미국 지지 입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와 관련, 반중(反中) ‘동맹 틀’을 활용해 한국을 중국과 떼어놓고 미국 편에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한국이 중국 문제와 관련해 미국 주도의 ‘동맹 틀’에서 이탈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문제 대응을 놓고 한국이 미국과 이견을 보일 경우 한·미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교역량이 많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우려하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한국을 동맹국들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문제를 동맹 틀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워싱턴에서 동맹국 주미대사관 관계자들과 중국 문제와 관련한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참가국은 한국을 포함해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일본·호주 등 9개국과 유럽연합(EU)이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과 호주뿐이었다.

미국은 신종 코로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화상 회의를 가졌다. 미국이 회의를 개최한 시점은 중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 통과시키기 전이었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현재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동맹국들에게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를 논의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해 호주·인도·러시아 등 4개국을 초청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 속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G7 정상회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G7 확대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것은 우리의 국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다만, 미국이 중국 고립 정책과 관련해 한국을 ‘동맹 틀’에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호주는 G7 국가가 아니면서도 지난 5월 중순 화상 회의와 G7 회의에 연달아 초청을 받았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 문제에 있어 G7 회원국만큼 비중 있는 국가다.

미국이 중국 압박과 관련해 동맹 틀을 들고 나온 것은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미국은 개별 국가와 일일이 접촉해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번거롭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압박 조치를 취할 때 개별 국가들과 직접 접촉하다 보니 너무 일이 많아 큰 고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중국 문제가 ‘글로벌 문제’가 됐기 때문에 글로벌 틀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가세도 영향을 미쳤다. 홍콩을 지배하다가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영국은 홍콩보안법 강행 처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영국은 과거 영국해외시민 여권을 가졌던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영국이 나서주면서 동맹 틀을 홀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미국은 중국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의견을 한국에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렸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미국과의 관계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도 중국 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입장을 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미국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반중 동맹’에서 반발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서먹한 관계에 빠진 독일 등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동맹 틀 안에서 반발이 제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중국 때리기’는 좌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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