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현스튜디오 제공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외과의 유일무이한 레지던트 장겨울 역을 맡은 배우 신현빈의 대사 대부분은 “예, 교수님”이다. 그만큼 묵묵히 제 할 일만 했다. 모두에게 힘들 법한 상황에는 늘 겨울이 있었다. 환자의 다리에서 구더기를 털어내야 할 때도, 점심시간 도중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싫은 내색 한 번을 안 했다. 남들의 세 배는 먹어치우는 그였지만 도시락을 앞에 두고도 망설임 없이 환자에게 달려갔다. 그런 겨울의 유일한 일탈(?)은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유연석)을 향한 짝사랑이다.

배우 신현빈은 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행복했던 기억이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겨울은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캐릭터다. 심지어 이익준(조정석)의 유머에도 전혀 웃지 않는다(익준과 함께 있을 때 웃지 않는 사람은 겨울이 유일하다). 신현빈은 “대본을 읽고 무던한 겨울의 성격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사실 익준의 개그를 보며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겨울은 뜻밖의 ‘인싸’다. 사교적이지도, 활달하지도 않은데 의외로 많은 등장인물과 교류하며 지낸다. 의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간섭하지 않고 사람들을 지켜본다. 얼핏 보면 인간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너무도 진국인 겨울의 캐릭터는 그렇게 완성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곧 겨울의 성장기다. 처음에는 보호자에게 “부모님이 응급처치를 잘못했다”는 투로 말하거나 어려운 의학용어를 섞어 상담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사실 겨울이 무례하거나 불친절하다기보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스스로는 그 상황이 안타까워서 덧붙인 말이 표정과 말투 탓에 오해가 된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은 점차 변한다. 어느 날은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려가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성장하는 겨울을 보면서 괜히 뭉클했다”며 “인턴을 교육하는 장면에서는 ‘와 겨울이 다 컸다’는 생각이 들어 대견했다”고 전했다.

겨울의 성장을 누구보다 흐뭇해하는 인물은 정원이다. 그는 환자와 상담하는 달라진 겨울을 보며 남몰래 미소짓기도 했다. 시즌 1에서 유일하게 이어지는 연인이다. 시작은 겨울이 먼저였고 마지막은 정원이 장식했다. 이들의 ‘썸’은 시청자 모두 알았지만 정작 자신들만 몰랐다. 마지막 회에서 정원과 겨울의 키스신이 등장하자 시청자는 환호했다.

“정원과 겨울은 서서히, 천천히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극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현실적인 것 아닐까요(웃음). 바라만 봐도 설레던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고, 눌러온 감정이 터지는 순간을 키스로 표현한 것 같아요. 겨울이는 자신을 받아달라고 고백한 게 아니에요. 그냥 병원에 남아달라고, 그걸 바랐어요. 정원은 겨울이 고백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겨울이 다가오니 감정이 확 올라왔던 거죠.”

신현빈은 “드라마를 통해 위로가 전해졌길 바란다”며 “실은 내가 가장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더 평범한 날들로 찾아가겠다”며 시즌 2의 기대감을 높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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