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평화기행 나비의 꿈 참여자들이 2017년에 작성했다는 인솔가이드비 확인서. 독자 제공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와 희망나비가 공동 주최한 2014년~2017년 ‘유럽 평화기행’ 사업을 수행한 여행사가 회계 부실을 메우기 위해 일반 참가자를 가이드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용을 내고 여행에 참가했음에도 가이드 수수료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세무조사 때 비어있던 비용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일반 참가자에게는 참가비를 전부 받았지만, 일부 활동가에겐 참가비 일부를 면제해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평화기행을 수행한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화기행 주관 여행사인 P사가 여행 당시 일반 참여자를 가이드처럼 꾸며 마치 임금을 지급 받은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유럽평화기행 나비의 꿈 인솔가이드비 확인서’를 보면 2014~2015년 여행 당시 인솔 가이드 비용을 지급받았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가이드 비용을 받았다고 서명한 이들은 가이드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였고, 가이드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5개의 문건과 같이 당시 작성된 허위 확인서가 최소 20건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7년 6월쯤에 만들어진 이 문서의 목적은 세무조사 대비용이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 여행사 P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었는데, 그때 가이드 비용을 사업비로 지출한 것처럼 꾸며 비어있는 회계를 메우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 역시 이 확인서를 작성한 당사자 중 한 명이다. A씨는 “가이드 활동비를 지급받은 적이 없으며, 기행 참여 당시 가이드로 활동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2014년 1회 유럽평화기행에 일반 대학생으로 참여했던 B씨 역시 “김○○(허위확인서에 작성자로 이름이 기재된 사람)씨는 나보다 어린 대학생 참여자였고 가이드가 아니었다”며 “나머지 사람들(문서에 이름이 있는 사람)도 일반 참여자였으며 당시 가이드는 다른 김씨 한 명 뿐이었다”고 했다. 1회 기행 중 일부 프로그램에는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여했다고 한다.

유럽평화기행 당시 주최 측이 참가자 일부에게는 참가비를 전부 받고, 위안부 운동 관련 활동가 일부는 참가비를 적게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여행 스태프였던 C씨는 “2014년 1회 기행 당시 전체 인원 중 3분의 1 정도는 참가비를 다 내지 않고 갔다”며 “나도 비행기 값 외엔 돈을 안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참가자에게는 비행기 값만 받고 여행을 보내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300만원 넘는 참가비 전액을 낸 일반인 참여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반인 대학생 참여자 B씨는 “단장과 부단장을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돈을 내고 오는 건 줄 알았다”며 “어쩐지 낸 돈에 비해서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 그 많은 돈이 어디 쓰인 건지 의심됐었다”고 황당해했다.

평화기행 사업은 2017년 이후 중단됐고, 정의기억연대는 베트남 나비평화기행 사업을 희망나비나 P사 측과 별개로 진행해 오고 있다.

P사 측은 “언론에서 워낙 악의적인 왜곡이 많아 인터뷰는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희망나비 관계자는 “지금도 해당 여행사와 계속 여행사업을 진행하는지 답변할 수 없고, 그 당시 회계나 운영상의 문제는 모르겠다”고 했다. 정의연 측은 국민일보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정의연은 보도가 나간 직후 국민일보 측에 “정대협은 당시 서울시와 희망나비가 추진한 평화기행 사업에 서울시의 부탁으로 이름을 빌려주고 일정 일부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사업비 집행이나 회계관리 등에는 정대협이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강보현 정현수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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