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캡처

배달에 열중하던 택배기사가 한 가정집 문 앞에 섰습니다. 물건을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현관문에 붙은 메모 하나가 시선을 끕니다. 근무 중에는 1분 1초가 아깝지만 한동안 그 글을 읽던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모르고 눈을 감습니다.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영상입니다. 이걸 가장 처음 공개한 건 아이다호주 넴파에 사는 피어슨 부부입니다. 문 앞 CCTV에 포착된 현장을 그대로 페이스북에 올린 건데요. 택배기사는 그날 왜 이런 행동을 한 건지, 부부는 왜 이 영상을 공개한 건지 들어보겠습니다.

피어슨 부부 페이스북

피어슨 부부에게는 생후 9개월 된 루카스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습니다. 똘똘하게 생긴 아이지만 선천적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음식조차 제대로 삼킬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요. 그래서 뭐든 죽처럼 걸쭉하게 만들어주는 의료물품을 늘 상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들 가족에게 절망과도 같았습니다. 루카스의 심장 질환은 호흡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모든 물건을 택배로 배송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유튜브 영상 캡처

택배차는 거의 매일같이 이 집을 지났습니다. 피어슨 부부는 반복되는 택배 방문에 미안한 마음이 솟았습니다. 어떻게 이 마음을 전달할까 고민에 빠진 이들은 메모지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픈 아들의 사연과 함께 택배기사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을 글로 써 담았습니다.

그날 CCTV에 찍힌 택배기사 모니카 샐리나스의 시선을 잡아끈 건 바로 부부의 이 글이었습니다. 그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읽었고 아이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두 손을 모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몇초간의 기도 끝에 성호를 긋고서 돌아섰습니다.

택배기사 모니카 샐리나스. 유튜브 영상 캡처

피어슨 부부는 샐리나스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합니다. SNS에 영상을 올린 것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게시물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현지 언론은 샐리나스를 찾아 기도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네요.

“사정을 알게 된 후 그 집을 올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신에게 부디 이 가족과 아이를 지켜달라고 기도했죠. 택배기사들의 노고를 알아준 마음에 너무 따뜻했어요. 저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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