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승객 대신 의료화물 운송을 시작한 전일본공수(ANA) 항공기가 의료물품이 든 상자를 기내에 실었다. 도쿄=ANA,AP 연합뉴스

이달부터 국내 여객기가 좌석에 승객 대신 마스크, 반도체 등 화물을 실은 채 하늘을 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기존엔 화재 위험성 때문에 승객이 타는 칸엔 화물을 실을 수 없었지만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일시적으로 여객기 내 화물 탑재를 허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대한항공이 다음 주 중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새로운 형태의 운항에 도전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다음 주 중 여객기 좌석에 승객 대신 방호품, 반도체 등 화물을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운항 전 국토부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정부와 항공사가 그간 승인 요건을 충분히 논의한 터라 별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과 다른 저가항공사(LCC)들도 좌석 내 화물 탑재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이다.

국내 항공기 좌석에 화물을 싣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가 지난 4월 여객기 내 화물 탑재를 일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좌석 칸은 허용 요건이 다소 까다로워 승인을 요청한 항공사가 없었다. 객실 내 천장 수하물칸(오버헤드빈)만 5~8차례 활용됐을 뿐이다. 당시 국토부는 위험 물질이 아닌 화물을 불에 견딜 수 있는 소재로 포장하는, 이른바 ‘방염포장’ 조건 하에서 여객기 내 화물 탑재를 허용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조건에 맞는 방염 처리 포장 용기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두 차례의 간담회, 협의회를 열고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많은 화물 종류가 마스크, 방호복 등 방호품인 점을 고려하면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했다”며 “탑재화물 종류를 감안해 누수 등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대만 저가항공사(LCC) 타이거에어 타이완의 직원들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인 에어버스 A320 여객기의 좌석 사이 사이에 화물을 동여매고 있다. 타오위안=EPA 연합뉴스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선 이미 지난 4월부터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탑재해왔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항공편을 대폭 줄이자 오히려 화물 공간 부족으로 화물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화물운송료지수(TAC Index)에 따르면 지난 4월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운임은 ㎏당 5.7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화물 운송이야말로 항공업계의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다.

영국 버진애틀랜틱, 독일 루프트한자, 미국 아메리칸항공, 중국의 남방항공, 일본의 전일본공수(ANA) 등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급감한 여객 매출을 메꾸기 위해 앞 다퉈 화물전용 여객기를 투입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메리칸항공은 36년간 승객 없이 화물만 실은 항공편을 단 한 차례도 띄운 적이 없지만 지금은 매주 140회를 운항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계의 혼란상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었다.

국내 항공사들도 이달부터 시작하는 여객기 내 화물 탑재를 통해 2분기 매출을 최대한 보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고점을 기록한 항공화물운임은 연말까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대한항공 2분기 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봤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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