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화면 캡처

서울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의 피의자 이모(32)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사건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CCTV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이씨는 피해 여성을 따라가 어깨를 친 뒤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는 이씨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과 상반된 장면이어서 눈길을 끈다.

JTBC는 4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달 26일 폭행 장면이 담긴 역사 내부 CCTV를 확보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엔 모자를 쓴 피해 여성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곧이어 피의자 이씨도 내려간다.

이씨는 피해 여성의 뒤로 바짝 따라붙더니 갑자기 방향을 튼다. 또 다른 각도의 CCTV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이씨가 피해 여성의 어깨를 친 뒤 곧바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이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역사 밖으로 걸어 나갔다.

피해 여성은 얼굴을 부여잡고 이씨를 따라갔다. 역사 밖으로 나온 이씨는 피해 여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쫓아오자 도주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2일 오후 7시15분쯤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붙잡혔다. 철도경찰은 지난 3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튿날 오전 11시쯤 이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용산경찰서 유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못한 것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해버렸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한 일”이라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것을 인정하냐’는 취재진이 질문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초 이웃 여성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배를 피우던 피해 여성의 아버지를 계속 쳐다보던 이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했고 이를 제지한 뒤 자리를 피하자 피해 여성을 뒤따라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피해 여성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자 도망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피해 여성에게 고소를 권유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1100자가 넘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은 인근 CCTV 영상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뒤 피의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주거지로 들어간 뒤 잠을 자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며 이같은 체포과정이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해야 한다”고 한 김 부장판사는 “긴급체포 제도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한 이 부장판사는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그에 기초한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절차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사이인 30대 여성의 왼쪽 광대뼈 부위 등을 때려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에는 골절상을 입는 등 중상을 입은 피해 여성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공론해달라며 사건 개요와 관련 사진을 공개해 네티즌들을 공분시켰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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