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연합뉴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계모의 ‘여행가방 감금’ 학대로 숨진 9세 남아를 추모하며 “못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곱씹게 된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5일 페이스북에 ‘한 아이를 생각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을 올리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기 훨씬 더 전인 십몇 년 전 제가 담당했던 상해치사 사건 논고문”이라고 썼다.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6세 아들이 사망한 사건으로 가해자는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임 부장검사는 “어린아이의 목숨값이 겨우 징역 5년이구나 싶어 치가 떨리다가,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못난 공판검사로 자책하다가, 선고 날 공판검사석에 앉아있는 제 마음은 지옥을 헤맸다”며 “그 사건 공판카드에 적힌 수사검사의 구형도 징역 5년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구형이 어떻게 결재를 통과했는지 황당해하며 논고문을 썼고 법정에서 대폭 상향해 논고했는데 결국 징역 5년이 선고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실무가 어이없게도 그랬다. 세상이 돌봐주지 않으면 죽음조차도 가볍게 취급되기 마련이었다”며 “법정에서 선고형에 귀 기울였을 죽은 아이가 얼마나 울면서 하늘로 떠났을까 싶어 너무 미안한 사건으로 제 가슴에 아직 박혀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많은 죽음이 차곡차곡 쌓여 사회가 제법 바뀌긴 했지만 우리 사회는 학대받는 아이들이 보내는 숱한 구조신호를 여전히 놓치고 늘 뒤늦게 미안해한다”며 “황망한 죽음을 또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 하늘나라에 이미 간 아이들과 여행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흰 국화를 올린다”고 말했다. “못되고 무심한 어른들이 없는 하늘에서 행복하렴.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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