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코로나19 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주 중요한 것이 간과되고 있다”면서 “바로 트럼프 대통이 재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는 데 이미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와 퀴니팩대학 등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오하이오·위스콘신·텍사스주 등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CNN은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화당 대선후보에 승리한 경우는 애리조나주에선 1996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고, 텍사스주에선 1976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하이오주는 스윙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로 분류되지만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면서 “위스콘신주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주로 이번 대선에서도 그의 승리가 예상됐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가 오하이오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43%를 획득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고, 위스콘신주 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을 9%포인트 앞섰다.

CNN 정치 에디터 데이비드 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 캠페인에서 이미 오하이오·위스콘신·애리조나주에서 올들어 100만 달러 이상을 선거운동 예산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몬머스대학이 성인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설문조사(표본오차 ±3.6%포인트)에서도 52%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41%가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8%대 25%로 나왔지만 지난달 조사에선 50%대 41%로 벌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러 가는 데 경찰이 최루가스와 고무탄 등을 발사해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킨 이후 여론은 악화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 연합뉴스

시위 진압에 연방군을 동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군내 반발기류도 감지된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시사매체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그가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AFP통신은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11월 대선에서 그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토로가 터져 나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알래스카주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앞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고심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심해왔다”면서 “아마도 지금 우리는 마음에 품고 있던 우려에 대해 좀 더 정직해지고, 용기를 내서 신념을 말할 때에 다다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날 매티스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데 동의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화당 중진인 밋 롬니 상원의원도 “매티스 전 장관의 발언은 충격적이었고 강력했다”면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참호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것은 매티스 장군일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AFP통신은 “머카우스키와 롬니는 공화당의 아웃사이더”라면서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매티스의 입장에 동조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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