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주의자 등 백인 극우세력, 미국 인구 6%
소수지만 강한 폭발력…트럼프, 극우세력에 ‘동조’
흑인, 전체 유권자 12.5%…바이든, 흑인 표 ‘독식’ 절실
미국인 52% “트럼프는 인종주의자”…트럼프 하락세
박빙 양상…트럼프는 극우세력, 바이든은 흑인에 기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큐 클럭스 클랜) 단원들이 2016년 4월 23일, 조지아주 폴딩 카운티 인근 지역에서 전통적 KKK 복장인 하얀 가운을 입고, 하얀 복면을 쓴 채 횃불을 들고 야간 집회를 갖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종 차별 이슈가 다시 터져 나왔다. 미국 경찰이 저지른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진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보다는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 편에 섰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이 ‘인종 차별주의자’ 대 ‘흑인’이라는 폭력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택은 정반대지만, 속내는 똑같다. 두 사람 모두 지지세력 결집에 주력하는 것이다. ‘집토끼’를 우선 탄탄하게 지킨 후 온건 세력(Moderates)과 정치적 무당파로 표현되는 ‘산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백인 극우세력은 트럼프에게 일방적 지지를 보내고, 흑인들은 바이든에 몰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온건 세력·정치적 무당파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에겐 한 표가 매우 소중하다. 2016년 대선은 초박빙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미시간주(0.23% 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0.72% 포인트), 위스콘신주(0.77% 포인트)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철강·제조업 지역)’ 3개주는 1% 미만의 표차가 났다.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이들 3개주를 모두 가져가면서 백악관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번 대선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종 차별 이슈가 폭발한 상황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은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각자의 지지세력 다지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6%에 불과하지만 폭발력 지닌 인종차별주의자들

미국인들의 정치 성향별 인구 비율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조사는 정부·시민단체 조사기관인 ‘모어 인 커먼(More in Common)’이 2018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미국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다.

이 조사 결과, 인종차별적인 백인 극우세력은 6%, 전통적 보수세력은 19%, 온건 세력은 15%로 각각 나타났다. 보수·진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정치적 무당파는 26%였다. 또 수동적 진보세력은 15%, 전통적 진보세력은 11%, 급진 좌파세력은 각각 8%로 조사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정 표를 대략 25% 정도로 추산한다. ‘모어 인 커먼’의 조사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백인 극우세력(6%)과 전통적 보수세력(19%)을 합치면 정확히 25%다.

인종차별적인 백인 극우세력은 6%에 불과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룹이다. 강한 정치적 폭발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활용, 진보 정치인은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보수 정치인을 겨냥해 정치적 이지메와 융탄 폭격을 가한다. 총기 시위도 불사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성공회 워싱턴교구 소속의 세인트존스 교회 앞을 찾아 오른손으로 성경책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수 세력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의도였다. AP뉴시스

특히 백인 극우세력은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이들은 트럼프를 위해서라면 흙탕물 싸움이나 위험한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들을 향해 ‘폭력배들(thugs)’, ‘인간쓰레기(scum)’라고 막말을 퍼부으며 인종 차별적 행동을 하는 것은 백인 극우세력의 지지를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앞 교회를 찾아 성경책을 들어 올리며 사진 촬영을 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도 보수 세력을 향한 제스처다.

소수 백인 극우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대 평가됐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미국 보수세력이 백인 극우세력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는다. 또 백인 극우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온건·무당파 세력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그룹은 온건 세력이다. 온건 세력은 보수와 중도 색채를 함께 갖고 있는 교집합이다. 온건 세력은 극우·극좌 모두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온건 세력은 정치적 무당파와 함께 올해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모어 인 커먼’의 조사에 따르면 온건세력이 계속 보수에 남을 경우 보수는 40%, 무당파 26%, 진보 34%의 판세가 형성된다. 보수가 6% 포인트 정도 우세한 것이다. 그러나 온건 세력이 무당파나 진보 쪽으로 기울 경우 판세는 달라진다.


트럼프, 흑인 표심 포기…흑인, 전체 유권자의 12.5%

트럼프는 보수적인 백인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해 흑인 표는 과감히 버리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흑인들로부터 얻은 득표율은 고작 8%에 불과했다.

미국 비영리 조사단체인 ‘퓨 리서치 센터’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 비율이 66.7%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유권자의 정확히 3분의 2가 백인인 셈이다. 하지만 백인들은 보수·진보로 나눠져 있어 표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유권자 비율은 12.5%다. 바이든은 흑인 표를 독차지해야 대선에서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으로선 흑인들의 영웅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는 점이 큰 자산이다.

한 흑인 여성이 지난 1일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열렸던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참가해 오른 주먹을 치켜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 쥔 오른팔을 들고 있다. 백인 경찰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라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신화사·뉴시스

바이든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계기로 80여일 만에 대선 행보를 재개했다. 바이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항의 시위가 확산되자 집밖을 택했다.

바이든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한 연설에서 “증오를 부채질하는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바이든이 8일 휴스턴에서 열릴 흑인 피해자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다.

바이든은 흑인 지지뿐만 아니라 더 많은 흑인들을 대선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투표율(65.3%)보다 흑인 투표율(59.6%)이 더 낮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던 2012년 대선의 흑인 투표율이 66.6%였던 점을 감안하면 흑인 투표율은 7% 포인트나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기반인 흑인의 낮은 투표율은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흑인들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흑인 사회에 고마움을 전한다”는 말까지 던졌다.

NYT는 올해 11월 대선에서는 분노한 흑인들이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장에 많이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올해 대선에선 히스패닉계가 전체 유권자의 13.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히스패닉계가 흑인을 뛰어넘어 처음으로 인종별 유권자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히스패닉계의 표심도 변수다.

미국인 52%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온건세력, 트럼프에 등 돌리나

야후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확산됐던 지난달 29∼30일 미국 성인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2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고 답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대답은 37%였다.

2016년 대선에서 1% 미만의 특표율로 승부가 갈렸던 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위스콘신주(0.77% 포인트) 등 ‘러스트벨트’ 3개주는 올해 대선에서도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이 3개주에 있는 지지세력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차지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연설을 하기 위해 델라웨어주 도버에 있는 델라웨어 주립대학을 방문했다. AP뉴시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흑인 사망 항의 시위까지 겹쳐지면서 트럼프가 불리한 상황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방송이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졌던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미국 성인 14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은 48%의 지지를 얻으며 41%에 그친 트럼프를 7%포인트 차로 눌렀다.

CNBC방송이 시위가 벌어지기 전이었던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47%)이 트럼프(44%)를 3%포인트 차로 앞섰었다. 약 한 달 전에 비해 격차가 4%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특히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3% 포인트 줄었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행동에 온건 세력이 등을 돌리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저지주에 있는 몬머스대학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 사이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52%의 지지를 얻으며 41%의 트럼프를 11%포인트 차로 눌렀다.

몬머스대학이 한 달 전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50%)과 트럼프(41%)의 격차는 9%포인트였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한 달 사이에 지지율 격차가 2%포인트 더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