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담화 발표 후에 한국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또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내부 결속과 외부 과시를 위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나 도발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여정 담화와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올렸다. 그는 김여정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 관련 논쟁이 뜨겁다고 운을 뗀 뒤 이 담화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들을 나열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다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최고존엄의 여동생이 ‘탈북민’ 존재를 인정했다”며 “노동신문에 ‘김씨 일가’가 탈북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실이 보도되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이라는 용어는 북한체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2000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2018년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언급해 한국 언론엔 보도됐지만 북한 언론에 공식 보도되지 않았다는 게 태 의원 설명이다.

또한 그는 “김여정의 담화가 내부 결속과 외부 과시를 위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나 도발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시키려면 대남매체를 통해 발표해도 충분했을 텐데, 북한 주민 교양용으로 이용하는 ‘노동신문’에 발표한 것은 대외용이라기보다 대내 결속용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나 남북 관계에 어떤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해 대선 이후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 상황 악화로 흔들리는 내부 어려움을 극복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태 의원은 “지난 5월 김정은이 어려운 내부 상황 속에서도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공식화했고 북한 외무성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핵보유국’ 카드를 다시 꺼낸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중요한 부분은 4.27 판문점선언의 현실적 이행 문제”라고 진단한 태 의원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금지한다고 합의했지만, 전단살포는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는 영역이어서 애초 정부가 강제로 중단시키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정부도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태 의원은 “북한도 이런 점을 인정해 4.27 선언 후 탈북단체들의 전단 살포가 계속됐지만 강경하게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기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사용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 체제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갔다”고 회상한 태 의원은 “남북이 상호 차이점을 인정하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는 아량도 보여야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 의원은 “우리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해 마치 우리에게 제도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급하게 수습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은 우리 정부의 4.27 선언 이행 미흡을 명분으로 4.27 선언을 깨고 도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지 못한 것은 김정은정권 때문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한 태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이 우리 정부를 향해 협박하자 우리 정부는 한술 더 떠 ‘법도 만든다’ ‘자국민을 향해 단호한 대응을 보이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태 의원은 “북한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77석을 가진 상황을 이용해 북한에 유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많은 표를 준 것이 북한 김정은의 입맛에 맞는 법들을 만들어 주라는 뜻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태 의원은 4.27 판문점선언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남북이 대화를 열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항을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전력 증강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면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품격 있는 외교를 통해 김정은정권의 전략적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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