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 2주를 넘겼지만 보건당국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보존식과 조리기구에선 장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고, 식중독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은 폐기처분돼 확인이 불가능하다. 식재료에서 균이 발견돼도 조리 과정이나 아이들 생활습관 등의 변수가 있어 식재료가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는 상태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확진환자는 환자 원아 가족 1명이 추가돼 총 58명이다. 유치원 종사자 18명 가운데 1명이 확진됐고 조리 종사자를 포함한 나머지 17명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유증상자는 114명으로 원생이 111명, 원아 가족이 3명이다. 원생 6명과 가족 74명 등 80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현재 21명이 입원 중이고 16명의 환아에서 일명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증상이 발생해 4명이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이연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HUS로 인해 손상된 신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신장 이식을 받기 전까지 지속적인 투석이 필요해 신장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으로 HUS 등의 합병증이 생기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HUS의 사망률은 2~7% 정도지만 고령자인 경우에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본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할 보건소와 함께 식재료 검사 및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보존식과 조리기구 등에선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유치원이 폐기처분한 간식에 식중독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사가 불가능하다. 집단급식시설은 식중독 발생 등을 대비해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경찰은 이날 해당 유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식재료에서 균이 발견돼도 식재료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세척과 조리 과정의 부주의로 균을 제거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치원 측의 과실이 이번 식중독 사고의 원인으로 인정되면 유치원은 업무상과실치상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유치원 내 생활습관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질본 관계자는 “식재료 검사와 함께 아이들의 동선도 확인 중”이라며 “아이들이 흙을 만진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했을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지만, 개인 간 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준수하고 모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 게 중요하다”며 “조리도구들을 구분해 사용하여 교차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선 최예슬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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