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등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 개인만 대상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과세 대상 아냐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기관·외국인 혜택 나눠
개인이 세금 더 내서 기관·외국인 감세분 메워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분노하는 ‘개미 투자자’들과 달리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웃음을 짓고 있다. 개인은 금융투자소득세도 내고 주식 매도 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세까지 내야 하다 보니 반발이 만만찮다. 반면 기관·외국인은 기존처럼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개인만 실질적으로 추가 과세 부담을 지는 셈이다. 정부 발표대로 2023년부터 증권거래세가 0.10% 포인트 내려가면 기관과 외국인의 수익은 되레 늘어난다.

기관·외국인의 증권거래세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은 기관·외국인이 세율 조정으로 덜 낸 세수를 개인이 금융투자소득세로 메우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개인을 ‘핀 포인트’로 집어 증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새롭게 도입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누구’에게 부과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의 과세 대상은 ‘개인’이다. 증권·파생상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을 한 데 묶어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2023년부터는 소액 투자자라도 금융소득이 발생하면 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공제액(국내 주식의 경우 연간 2000만원)은 있어도 예외는 없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은행·증권사 등 기관의 경우 증권거래 등으로 발생한 수익은 ‘법인세’로 귀속된다. 금융세제 개편 이전처럼 법인세만 내면 된다. 외국인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투자로 발생한 소득은 자국에서 ‘소득세’ 형태로 내왔기 때문에 금융세제가 바뀐다고 해도 이중과세는 불가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사람이 미국 주식 샀다고 미국에 주식 양도소득세 안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개인이나 기관·외국인 모두 적용되는 세금은 기존의 증권거래세뿐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증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으로 발생하는 세수 증가분(1조9000억원)에 해당하는 감세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거래세를 현행(0.25%)보다 0.10% 포인트 낮춘 0.15%를 적용하면 1조9000억원 세수가 줄어든다고 계산했다. 개인만 적용되는 금융투자소득세와 달리 기관·외국인도 이득을 보는 기묘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얼마나 이득을 보는 걸까. 지난해 증권거래세 부담 비중을 보면 가늠해 볼 수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부과 대상인 ‘매도거래대금’은 지난해 기준 2288조2182억원에 달한다. 개인(64.9%)을 제외한 기관·외국인의 비중이 35.1%를 차지한다. 이를 기재부가 제시한 증권거래세 감소분(1조9000억원)에 도입하면 6669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세율 조정으로 기관·외국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이 정도 된다고 추산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 기관·외국인 대신 추가 부담해야 하는 세수이기도 하다. ‘증세’라는 딱지가 붙는 대목이다.

기형적인 금융세제 개편안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증권거래를 통해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세제 개편 논란이 일었고 기재부는 개인보다 기관·외국인에 유리한 결과물을 내놨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환영과 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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