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68) 러시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사흘에 한 번꼴로 받는다고 밝혔다. 30년 이상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국 국영TV 방송 ‘로시야1’의 국정 홍보 프로그램 ‘모스크바·크렘린·푸틴’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검사와 관련된 질문에 “규칙적으로, 사흘에 한 번씩 받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양성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지난 3월 말 모스크바 남쪽 외곽 코무나르카 지역의 코로나19 전문병원을 찾았을 때 중환자들이 있는 ‘적색구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측근들이 모두 적색구역 방문을 만류했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출입을 강행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보고를 받는 것과 직접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은 다르다. 내 눈으로 직접 그곳 상황을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 중인 모스크바 남쪽 외곽 병원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하지만 불행하게도 푸틴 대통령의 방문 며칠 뒤 안내를 맡던 해당 병원의 수석 의사가 양성 판정을 받았고, 뒤이어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일부 장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등 정부 인사들도 잇따라 감염됐다.

현재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하고자 지난 3월 말 이후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출근하지 않고, 모스크바 서쪽 외곽 노보오가료보 지역 관저에 머물며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가끔 크렘린궁 집무실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노보오가료보 관저와 크렘린궁에는 보호용 살균 터널까지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을 면담하러 오는 모든 이들은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살균 터널은 사람의 출입을 감지하면 천장과 벽에서 소독약을 뿌리는데 방문객의 머리와 온몸을 그득히 덮는 모습이다.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 설치된 코로나19 살균터널.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트위터 캡처

크렘린은 이뿐만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인사들은 누구나 사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지난 25일부터 6일간 개헌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사전투표 형식으로 본 투표일은 내달 1일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하며 성사됐다. 그는 현행 헌법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 있던 1993년 채택된 만큼 정치·경제 상황이 안정된 지금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 심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모두 통과해 국민투표 승인만을 남겨 둔 개헌안에는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 지방정부 간 권력 분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개헌안에 포함된 것이다.


대통령 임기를 두 차례로 못 박은 헌법대로라면 그의 2024년 대선 도전은 물거품이 되지만, 새로운 조항이 통과되면 향후 2차례 더 6년 임기의 대통령을 역임할 수 있다. 길게는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 실세 총리 재직 기간을 빼더라도 30년 넘게 크렘린궁에 머무는 초장기 집권자가 된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이 확정된 뒤 재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64만1156명으로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보다 6719명이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도 하루 새 93명이 증가하며 9166명을 기록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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