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둔 40대 여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여성은 아이를 가방에 7시간 동안 감금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서 수차례 뛴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하자 여성은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넣는 등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 전담부는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A씨(41)에 대해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애초 경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피해 아동을 살해하려는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사건을 심의한 검찰시민 위원회 역시 지난 26일 살인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일 오후 12시쯤 B군(9)을 가로 50㎝, 세로 71.5㎝, 폭 29㎝크기의 여행용 가방 안에 3시간 동안 감금했다. 오후 3시 20분쯤 B군이 가방 속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가로 44㎝, 세로 60㎝, 폭 24㎝의 더 작은 가방으로 옮겼다. A씨는 아이를 가둬놓고 3시간 동안이나 외출을 하기도 했다.

A씨가 B군을 가방에 가둔 이유는 게임기를 고장 내 훈육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A씨는 B군의 친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 A씨를 B군은 ‘엄마’라고 불렀다. A씨는 B군이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수차례 호소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가방 문을 연 뒤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가방 속에 불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뛴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용 가방에서 내려온 뒤 B군의 인기척이 희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안을 확인해보지 않고 40여 분 동안이나 방치했다. 가방에 갇힌 지 7시간여가 흐른 뒤 오후 7시25분쯤 B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이어가다 이틀 뒤인 지난 3일 오후 6시30분쯤 결국 숨졌다. B군은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드러났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 29일까지 12차례에 걸쳐 B군의 이마를 요가 링으로 때려 다치게 하는 등 지속해서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과학수사를 통해 추가 학대 사실과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며 “아동학대 관련 판례와 논문을 뒤져보고, 아동보호기관 상담사 조사·아동학대 전문의 자문·부검의 진술 청취 등을 통해 사건처리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과 별개로 B군의 친부인 C씨(42)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C씨는 집에 없었지만 평소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모든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초기 사실조사 때부터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도 건의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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