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연합뉴스

중국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팬데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농업과학원 산하 중국농업대학과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P) 소속 과학자들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G4 EA H1N1(이하 G4)’으로 명명한 바이러스는 신종인플루엔자(H1N1) 계통으로 돼지에 의해 옮겨지지만, 사람에 전염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G4가 세계적 대유행을 부른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간 감염에 필요한 모든 필수적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에어로졸 형태로 퍼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제2의 팬데믹 우려를 넘어선 막연한 공포마저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일보는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G4 발견의 의미와 위험에 대해 물었다.

천 교수는 G4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감염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펜데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백신 개발 기술이 있고,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도 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아무 무기 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신종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갑자기 터져나와 혼란스럽고 불안감이 팽배한 시점이다. 이번 중국 연구진의 발견을 어떻게 평가하나

“독감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원래 자연적으로 물에 사는 새들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돼지도 호흡기 수용체 특성상 조류의 인플루엔자나 인간의 인플루엔자에 다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을 거쳐 새로운 바이러스가 많이 생겨왔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항상 감시대상이었던 이유다. 또 자연계에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G4가 이미 인체에 적응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가졌을 경우 사람에게도 쉽게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 펜데믹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돼지 사육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에서 전체 노동자의 10.4%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분석했다. 동물에서 인체 감염이 됐다는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

“사람 호흡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달라붙으려면 인체 수용체에 맞는 변형이 필요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바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수용체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G4 바이러스가 인간 호흡기 수용체에 맞게 변형이 됐다면 얼마든지 달라붙고 침투할 수도 있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백신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도 상당수 개발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아무 무기 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한 돼지농장의 모습. EPA 연합뉴스

-특히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전파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보면 될까
“그렇다. 이건 사람에게 감염을 잘 시킨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과거 우리나라에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가 여러번 터졌을 때 살처분 작업을 한 이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항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에게 거의 감염되지 않는 유형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중국 발표가 사실이라면 사람에게 전파가 잘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사람과 유사한 감염 증상을 보이는 페럿(Ferret·족제비의 일종)을 이용한 실험에서 ‘에어로졸’, 즉 공기를 통한 감염 사례도 발견됐다

“인플루엔자는 통상적으로 비말 감염이고, 공기 매개 감염은 잘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우리 몸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어로졸 감염이라고 하면 공기 매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생존 능력이 강해지면 관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직접 접촉한 사람 이외에도 공기 타고 다른 이에게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G4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얘기한다. 실제 2011∼2018년 중국 10개 지방의 도축장과 동물병원의 돼지들로부터 얻은 3만건의 검체를 분석해 얻은 결과이고, 2016년부터 이미 돼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자연계에서 만들어지고 이 가운데 사람에게 전파될 정도로 변이 일으키는 건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능력보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능력이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능력이 있다면 거의 팬데믹으로 간다고 전망한다. 아직 이러한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위험성에 대비하는 것은 맞다. 전 세계가 계속 바이러스를 감시하고, 돌연변이 여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중국의 한 돼지사육장 모습. EPA 연합뉴스

-또 일각에서는 항체까지 형성했다는 건 인간이 이 변종바이러스에 대해서 적응을 했다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적응과는 의미가 다르다. 코로나19도 인체에 항체가 생겼지만, 인간이 이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체는 한번 만들어지면 홍역 항체처럼 평생 가는 게 아니라 6개월 정도만 유지된다. 그 다음에 독감에 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항체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절대 안심할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병질환의 75%가량이 이번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안다. 특히 야생동물이 아닌 사육동물이 바이러스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이 연구분야에서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부족하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이미 꽤 많은 나라에서 사람과 동물의 질병이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닌 하나의 ‘원헬스’ 개념으로 질병 감시도 하고, 관리를 같이 한다. 가령 스웨덴은 감염병을 사람과 동물로 따로 나누지 않고 통합해 관리하는 부서까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이러한 개념이 도입된 단계다. 전문가 사이에서 논의는 되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이번 안산 유치원에서 나온 ‘장출혈성 대장균’도 사실 소의 대장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향후 가을철 발열 질환이 많이 발생할 텐데 이런 것들이 동물과 함께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감시·관리·역학 조사까지 함께 해야한다. 앞으로 동물을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신종 감염병도, 항생제 내성도 관리가 안 된다. 특히나 사육동물에게는 항생제를 너무 많이 쓰고 있지 않는가. 결국 이제는 말 뿐이 아닌 ‘원헬스’ 개념이 행정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현재는 말로는 협조를 한다고 하지만, 인간 감염병은 보건복지부, 동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맡다 보니 실질적인 협조가 없다. 큰 문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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