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500세대 이상 3억 미만 아파트 전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수요를 지탱하던 관악구 구축도 매물이 나오는 순간 사라진다. 지하철역 주변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08% 올랐다고 2일 발표했다. 52주 연속 오름세다. 특히 서초구(0.19%) 강남·송파구(0.11%) 등 강남 4구 지역에서 많이 올랐다. 마포구(0.12%), 노원구(0.11%), 구강북(0.08%), 성동구(0.07%) 등 상승세도 만만찮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4.8㎡) 전세 매물은 지난달 1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6·17 대책 직후인 18일에 9억5000만원에 올랐고 현재 전세 호가는 11억원~11억3000만원 선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94.49㎡) 전세 매물 호가도 1억원 정도 올랐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금 올려 받아서 은행에 넣어봐야 0%대 초저금리인데, 누가 전세를 놓겠어요”고 반문했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기존 내놨던 전세 물건도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새로 나오는 임대차 매물 대다수가 월세 형태라고 한다.

2006년 ‘전세 대란’이 세상을 흔들어놨다. 전세 구하기가 힘들었고 전세가도 매매가 대비 높았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이 적다 보니 ‘갭투자’가 음성적으로 고개를 들던 해이기도 하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대란이 재연될까 시장은 벌써부터 숨죽이고 있다. 1주택자 전세 대출을 막아 다른 지역 전출자의 전세 공급 물량이 끊길 수 있다. KB국민은행 주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3.1이다. 지난달 평균 158.1보다 크게 올랐다. 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자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 전세는 1억원 이상 급등했다. 공급은 희귀해지고 전세가가 오르면 돈 있는 사람들만의 진짜 갭투자 광풍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들은 보유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 물건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초저금리로 은행 예금이 무의미해졌기에 전세 대신 월세로 안정적 임대 수익을 원하는 이들이 늘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저금리 기조, 청약 대기 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신규 아파트 공급도 줄어든다. 부동산인포는 내년 서울에서 아파트가 총 2만3217가구 분양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올해 입주 물량 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든다. 신규 공급마저 뚝 끊기는 셈이다.

월세 등 임대료를 올릴 때 인상 비율을 최대 5%로 제한하며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면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해외처럼 전세가 아닌 월세가 ‘K-주거’의 ‘뉴-노멀’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2019년 주거실태 조사에서 수도권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비중(RIR)은 20%였다. 전해보다 1.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0만원을 벌면 40만원은 임대료로 낸다는 뜻이다. 전·월세 부담이 늘어나면 이는 고스란히 임차 가구의 주거 부담으로 이어진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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