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도화선이 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청원경찰 직접고용 방안이 무리한 ‘속도전’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애초 보안검색직원을 청원경찰로 직접고용하는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공사가 용역계약만료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나온 한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토대로 급하게 입장을 바꿔 발표하면서 졸속 추진됐다는 것이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이런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지난달 18일 A법무법인으로부터 ‘보안검색 정규직 전환방식 질의’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다. 공사가 법률검토 요청서를 보낸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의견서는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 지위로 변경해 직접고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사는 의견서를 받은 지 하루 만에 4개 정부 관계부처에 의견을 회시하고, 다시 이틀 만인 지난달 21일 청원경찰 직접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법률검토 요청부터 발표까지 불과 5일 사이에 의사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그전까지 공사가 견지해온 입장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협의회 실무협의회 자료를 보면 공사는 청원경찰 제도에 대해 ‘근무인력 노령화 및 관료화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를 근거로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 법무법인 바른이 제출한 법률검토 의견서에서도 “청원경찰은 지방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 임용해야 하고, 임용·교육·보수·징계 등에 관해 청원경찰법령이 적용돼 공사 인사관리에 어려움에 예상된다”며 부적절한 방안으로 평가됐었다.

여러 차례 법률검토 결과에서 가장 유력하게 제시됐던 방안은 보안검색요원의 특수경비원 지위를 유지하면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경비업법은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때는 특수경비업자에게 도급을 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즉 현행법에서는 사업주인 공사가 특수경비원을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항공보안법, 경비업법,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공항운영자에게는 특수경비업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선결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여러 법률검토 결과의 주된 의견이었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월 청원경찰 전환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법률검토를 받은 지 두 달 만에 상반된 검토결과가 나왔고, 공사가 이를 토대로 기습적인 청원경찰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중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보안검색직원을 특수경비원으로 직접고용하려면 3가지 법을 전부 고쳐야 하는 난점이 있어 청원경찰제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법률검토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규직 노조는 이날부터 구본환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정규직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구 사장이 공사 노조도 보안검색원의 직고용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거짓”이라며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로 채용한다는 건 노사전 합의문에 언급되지 않은 방안임에도 졸속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구 사장 퇴진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지애 안규영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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