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된 1일(현지시간) 서부 랴잔에서 지역 선거관리위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푸틴 대통령이 향후 연임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최장기 집권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타스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치러진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 78%가 넘는 투표자가 개헌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은 65%로 집계됐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지금 러시아는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안은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경우라도 개헌 이전의 집권 횟수는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24년 다섯 번째 집권을 위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고, 선거 결과에 따라 2036년까지 연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총 36년을 집권하게 된다.

영국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국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서 “바뀐 헌법은 푸틴의 역대 집권을 모두 ‘제로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개헌안은 지난 3월 이미 의회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67세인 푸틴 대통령은 현재 네 번째 임기 중이다.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번 연임하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차기 대통령에 당선시킨 뒤 자신은 총리에 취임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대선에 승리해 6년으로 바뀐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진짜”라면서 “투표 전날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의 싸우다 희생된 전몰용사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대국민 화상 연설을 실시했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최고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안전한 사회 시스템, 효율적인 정부가 있는 나라,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하게 될 것”이라며 투표를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야권에서는 개헌 국민투표의 목적이 노골적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투표 결과는 완전히 거짓”이라면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개헌 국민투표는 당초 4월 22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로 연기됐다. 투표는 11개 시간대로 나뉜 러시아 전역의 9만6000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차례로 진행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간당 8~12명 정도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1시간마다 10분 동안 투표소를 닫고 사람들을 나가게 한 뒤 내부 소독을 실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