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립기념일 전날 ‘러시모어 산’서 연설
대선 의식해 흑인 시위대에 “급진 좌파 파시즘”
AP통신 “트럼프, 미국 분열 심화시켜”
트럼프와 7500명 청중, 마스크 안 써 또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했다. 단상 뒤편에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상이 보인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겨냥해 ‘새로운 급진 좌파 파시즘(new far-left fascism’), ‘분노한 폭도(mob)’라고 비난하면서 인종차별적인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미국 국립기념공원으로 지정된 러시모어 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좌파(left wing)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 혁명을 전복시키기 위해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해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미국 역사와 미국 정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백인 지지층 결집에 주력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전야(前夜)에, 그것도 미국 국립기념공원에서 오로지 대선을 의식해 백인과 흑인을 의도적으로 편 가르는 분열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섰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하는 ‘문화전쟁’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지했던 공화당 의원과 당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를 증폭시키는 데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미국)는 역사를 말살하고, 우리의 영웅들을 헐뜯고, 우리의 가치들을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미 해군 곡예비행단의 ‘블루 엔젤스’ 전투기들이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행사에 참석한 7500명 청중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분노한 폭도들이 미국을 건국한 선조들의 동상들을 철거하고, 가장 신성한 기념비들을 훼손하며 우리의 도시들에서 폭력적인 범죄의 물결을 촉발시키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학교에서, 언론사 뉴스룸에서, 심지어 기업 회의실에서, ‘새로운 급진 자파 파시즘이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의식을 행하지 않고, 그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당신은 검열당할 것이고, 제거당할 것이고,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를 것이고, 박해당할 것이고, 처벌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나쁘고 악한 사람들에게 겁먹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한 러시모어 산은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상이 새겨진 공원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에게 밀리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미국에서 다시 들불처럼 번지는 등 위기 상황에 몰리자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어둡고 분열적인 연설을 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해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를 좌파로 몰아세우며 백인과 흑인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전략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NYT는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러시모아 산과 같은 국가적 기념물 앞에서 연설할 때는, 당파적인 목적의 분열자가 아니라, 국가 원수로서 통합을 위해 행동해야 할 순간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7500명의 청중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불꽃놀이를 즐겼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에 대한 우려도 높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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