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오른쪽)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연합뉴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23) 선수의 해외훈련일지가 공개됐다. 당시 스무살이었던 최 선수는 일지에서 “죽을까”라며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최 선수가 고등학교 졸업 후 갓 스무살이 된 2017년 2월, 뉴질랜드에서 작성한 훈련일지 일부를 5일 연합뉴스TV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는 이때에도 팀 선배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지에는 고단했던 훈련 일정과 가혹 행위로 인한 심적 고통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최 선수는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남자 선배 A씨가 수영 훈련 중 지나갈 때마다 뒤에서 발을 잡아당겼다고 털어놨다.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여자 선배 B씨와는 완전히 틀어졌다며 “나만 나쁜X”이라고 했다. 다른 날 일지에서는 “A 선배가 잘못해놓고 내게 화풀이를 했다. 너무 힘들다”며 “자꾸 ‘정신병’ 도졌냐는데, 병 안 걸리는 사람이 신기할 정도”라고 적었다.

쉬는 날에도 욕을 먹었다던 최 선수는 “욕을 밥보다 많이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왜 살까. 죽을까. 뉴질랜드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지?”라며 불안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 겨울 대구 이월드에서 최숙현(뒷줄 오른쪽 두 번째) 선수와 친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 선수 지인 제공)

최 선수의 지인도 언론을 통해 “가혹 행위가 시작된 것은 수년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 선수와 경북체고를 함께 다녔다는 C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폭행을 당했다”면서 “졸업 후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숙현이는 가혹 행위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들었다”며 “성인이 되고도 괴롭힘이 계속되자 결국 우울증약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청소년 대표 출신의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 녹취록, 징계신청서, 변호인 의견서 등을 종합하면 최 선수는 생전에 “감독, 팀닥터, 선배 2명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경주시청 팀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어치의 빵을 먹게 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폭행당하고,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사흘간 굶게 하고,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이 공개된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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