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직장인 절반은 여전히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노동청에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 임원 수행기사 직장인 A씨는 ‘XX놈’이라는 욕을 들으며 일을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담배 심부름을 하거나 바쁘다고 불법 유턴을 강요받는 일도 있었다. 상사의 온갖 모욕을 견디며 버텼지만 A씨는 실직자가 될 상황이다. A씨는 “이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두라고 하더라”며 억울해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변화 및 직장갑질 감수성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 법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가량인 454명(45.4%)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동청에 신고한 직장인은 단 30명(3%)이었다.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꼴로 갑질을 경험했지만 극소수만 신고한 것이다.

향후 불이익에 대한 걱정과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회의감이 직장인들의 입을 막는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직장인은 62.9%나 됐다. 또 이렇게 응답한 사람의 67.1%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댔고, 25.6%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 신고해도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고 이후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신고한 이들 중 피해를 인정받은 이들은 16.7%에 그쳤다. 신고자 절반은 인정받지 못했고, 30%는 신고했지만 반려되거나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40%가량은 신고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법 시행 1년을 맞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직장인 70% 이상이 가해자에 대한 직접 처벌과 조치의무 불이행 시 제지할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괴롭힘 행위자가 직원이 아닌 회사 대표 친인척같이 제3자인 경우 등 대상자 범위 확대 요구도 나온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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