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국민일보DB.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지난 5월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치료가 시급한 뇌출혈 환자가 찾아왔다. 환자는 신속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술실에 들어갈 수가 없어 7시간을 기다렸다. 다행히 해당 환자는 출혈량이 많지 않아 수술은 잘 끝났지만 그 시간 동안 환자와 보호자는 마음을 졸였다.

코로나19 사태가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뇌출혈, 심근경색 등 응급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해 응급실을 찾았는데도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6시간동안 환자도, 의료진도 발을 동동 구르는 수밖에 없다.

6시간의 ‘골든타임’ 안에 수술을 해야 하는 뇌졸중 환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대체로 나이가 많아 합병증으로 폐렴을 앓는 경우도 많다. 폐렴은 호흡기 증상이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5일 “보호자들은 빨리 수술을 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응급실은 다른 환자를 지켜낼지, 그 환자를 살릴지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수술실, 영상촬영실 등이 오염되면 의료진부터 격리해야 하고, 그 다음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다른 환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치료를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더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非) 코로나’ 환자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치료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지난 2~3월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6명 늘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응급실 내 사망’ 자료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100명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응급실 내 사망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의료진들은 코로나19로 이송이 늦어지거나 치료가 지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응급환자들의 이송시간도 길어졌다. 응급의료를 위한 구급이송시간은 1월(12.5분)까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월 13.1분, 3월 14.3분, 4월 14.2분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체온이 37.5도 이상 환자의 구급이송시간은 4월 기준 18.3분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분이나 늦었다. 발열환자의 이송에 1시간 이상 소요된 비율도 지난해 4월(0.5%)보다 약 3배 증가한 2.9%였다. 체온이 37.5도 이상인 환자는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4월 기준 340.7분까지 늘어나 전년 동기보다 110분 길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애초에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를 따로 받는 ‘코로나19 대응 중증응급진료센터’ 57곳을 마련했다. 센터 1곳당 격리병상은 5개 안팎인데, 의심환자를 수용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계는 기존 실시간 유전자증폭검사(RT-PCR) 검사 대신 결과가 빨리 나오는 응급 PCR 검사의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응급 PCR 검사 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3개 제품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했으며, 보험급여 적용 기준을 논의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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