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대한철인3종협회 고위 관계자가 최 선수의 동료에게 입막음 한 정황이 담기 통화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 녹취록엔 “사건을 진화하는 것도 용기다” “법은 법이고 우리 문제는 우리가 처리한다” 등의 발언이 담겼다. 이 전화를 받은 최 선수의 동료는 “입막음을 강요당했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SBS는 최 선수의 장례식이 진행되던 지난달 26일 대한철인3종협회가 자체조사에 착수했으며 같은 날 협회 관계자가 최 선수의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당시 녹취록을 5일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인 A씨가 “과거에 폭력을 선배나 지도자들한테 당한 경험이 있으면 저희가 좀 듣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같은 날 또 다른 동료 선수 C 씨에게도 전화를 건 A 씨는 “3명이 있다고 처벌을 덜 해주고 그런 건 아니다. 5명의 피해자가 있다, 6명이 있다, 큰 차이가 없다. 형을 받는 데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라고 반문했다. 이는 피해를 본 게 있어도 굳이 피해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설득으로 해석된다.

A 씨는 또 “법정에 가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일인 거고, 이게 진화하는 것도 되게 용기 되는 거다”라며 “우리는 이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한다. 법은 법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SBS에 “진술하는 게 용기라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최 선수의 동료는 “그 사람들이 큰 벌을 받지 못할 거다. 될 수 있으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말고 그냥 ‘숙현이만 불쌍하게 됐지’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며 “입막음을 강요당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최 선수의 장례식장에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 과정을 모두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면담 내용을 발설하지 말도록 했을 뿐 사건 축소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례식장 영상 녹화에 대해 녹화를 해두면 선수들이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 말하지 않아도 되니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 선수의 유족과 지인은 최 선수가 가혹 행위를 당하는 모습을 보거나 직접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추가 피해자들이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도 기자회견 준비를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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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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