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으로 팔부터 덥석 잡게 되더라고요.”

비번날 휴일을 즐기던 30대 경찰관이 아내와 함께 몰카범을 붙잡았다. 경찰다운 번뜩이는 기지와 아내의 침착한 대처가 찰떡 호흡을 이뤄 또 한 명의 피해를 막았다.

8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 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 소속 이윤학 경장은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달콤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부부는 남편의 비번날을 맞아 모처럼 서구 둔산동 번화가를 찾았다. 오후 8시30분쯤 늦은 저녁을 먹으러 지하도 계단을 오르던 이 경장의 눈에 한 20대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핸드폰으로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찍고 있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 순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남성의 팔목을 잡아챈 이 경장은 “지금 뭐 하시는 거냐. 뒤에서 몰카 찍은 것 아니냐”는 말부터 건넸다. 남성은 발뺌했다. 되레 “누군데 왜 폭행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하나둘 모여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경장의 곁에는 평생 단짝이 지키고 있었다. 우선 아내에게 현장을 이탈한 피해 여성을 찾아 데려와달라고 부탁했다. 눈썰미가 좋은 아내는 빠르게 주변을 살펴봤고, 결국 해당 여성을 찾아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여성은 자신이 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사이 이 경장은 남성과 여전히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지금 사생활 침해하냐”며 맞섰다. 이 경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민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남성을 붙들어 놓았다.

하지만 몰카범은 출동한 경찰을 기다리는 사이 몸을 밀치고 도주했다. 이 경장은 30m가량을 남성을 추격한 끝에 결국 그를 검거했다. 이 경장은 그제야 자신의 신분을 털어놨다. 남성은 범행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경장은 “휴일에는 업무를 조금 제쳐 두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지만, 그때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도 모르게 팔부터 나갔다. 몰카범을 검거하는 데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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