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전경. EPA연합


세계적 권위의 뉴욕 메트폴리탄 오페라(메트)는 미국 전역 오페라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매년 운영하는 예산만 3억 달러(3600억원)에 세계에서 가장 큰 38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보유한 메트가 흔들리면 배우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오페라계가 연쇄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약 6000만 달러(약 732억원)의 손해를 입은 메트를 두고 “메트가 감기에 걸리면 나머지 오페라계도 덜덜 떨게 된다”며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메트에 6000만 달러의 모금액이 모였다. 메트의 기존 후원 그룹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새 기부자 그룹을 발굴한 결과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코로나19 여파 이후 진행한 온라인 라이브 공연이 모금 활동에 추진력을 불어넣은 결과 6000만 달러가 모였다”며 “이 돈으로 이번 가을 시즌의 티켓 수익을 포함한 손실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트가 진행한 이번 모금 활동의 성과는 코로나19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얻은 결과로서 의미가 크다. 메트는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실시간 중계 등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메트: 라이브 인 HD’ 등 영상화 사업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 개발을 선도적으로 해온 단체였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3월부터 단원들과 온라인 공연들을 선보이는 한편 기존에 보유한 수백 편의 정상급 오페라 영상들을 스트리밍하며 메트의 존재감을 지속해서 어필했다. 지난 4월에 선보인 ‘앳 홈 갈라’을 통해 3만명의 기부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코로나19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메트는 예산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임원들의 임금을 10%, 고위급 임원들의 임금을 25~50% 정도 삭감했다. 겔브 총감독 역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선언하고 약 145만 달러(약 17억원) 정도의 급여를 포기한 채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메트는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건강보험과 단원들의 악기 보험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의 해고 조치에 대해 겔브 총감독은 “정말 끔찍한 상황이지만, 메트가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며 “메트를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만으로 한해 1억 달러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메트의 피터 겔브 총감독. EPA연합


능동적인 대처로 즉각적인 손실은 메웠지만, 전망도 밝은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의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공연을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해외 공연계 안팎에서는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추세가 이어지면 2020-2021 시즌의 취소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겔브 총감독은 “의료전문가들과 극장 재개 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시작하는 유럽의 오페라하우스 사례도 참고하고 있지만 메트는 보다 완전한 형태의 오페라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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