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수 유튜버가 지난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핸드폰으로 생중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지난 2일 오후 유튜브 ‘시사타파TV’ 채널의 라이브 방송. 방송 시작 전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정기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ARS 정기회원 가입 전화번호, 은행 계좌번호가 전면에 노출됐다. 방송이 시작되고 출연진이 등장하자 화면 하단에 ‘개국본(개혁국민운동본부) 정기회원’이라는 문구와 계좌번호, ARS 번호가 안내됐다. 오른쪽 상단에는 ‘실시간 정기회원수’가 표시됐다. 개혁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서울 서초동에서 ‘친 조국 집회’를 주도한 단체다. 개국본 대표이자 시사타파TV를 운영하는 이종원씨는 지난 1월 13일 방송에서 “지금 회비가 거의 안 들어온다. 한 달 동안 거의 안 들어오는데 회비를 좀 내달라”고 말했다.

돈을 내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슈퍼챗’(Superchat)이 정치 유튜버에게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따로 있다. 현금이 곧바로 들어오는 ‘계좌 후원금’이다. 유튜브 플랫폼을 거치게 되면 광고나 슈퍼챗으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10% 부가세를 떼야 한다. 거기에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본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30%를 가져간다. 슈퍼챗 수익 100만원이 발생해도 채널 운영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63만원 정도다.


계좌로 직접 현금 후원을 받으면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정치 유튜브 채널의 열성 지지자들은 “‘오프라인 슈퍼챗’으로 도움을 주자”고 독려한다. 계좌 이체 방식으로 현금을 유튜버에게 보내자는 것이다.

“차 사야 하니 돈 보내주세요”
지난달 19일 정치 유튜버 ‘왕자’가 운영하는 채널에 ‘400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왕자는 국내 슈퍼챗 수익 1위 채널(지난해 기준)을 운영하는 GZSS 그룹 사단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다. 왕자가 5만원권 돈다발을 들고 찍은 사진이 썸네일(영상 목록에 노출되는 이미지)에 노출됐다. 그는 영상에서 “누구를 돕겠다, 정의, 공정 이런 소리하면서 돈을 받은 게 아니라 ‘그냥 차(집회용 차량)를 구입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차량을 구입해야 하니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돈을 달라고 요청했고 후원금이 모였다는 것이다.
보수 유튜버 '왕자'가 후원금으로 구매한 차를 소개하는 영상 썸네일. 왕자 유튜브 채널 캡처

왕자는 자신의 유튜브 운영자 계정 수익을 공개하며 “유튜브 수익이 0원이다”고 말했다. 그는 “채널이 거의 100% 후원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고 강조했다. 왕자 채널을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자발적 구독료’라는 문구와 함께 은행 계좌가 적혀 있다.

후원 계좌 번호를 노출하고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 4만7000명을 보유한 정치 유튜버 ‘꿀승훈’은 지난 2월 11일 해피나눔 월정액 후원을 독려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해피나눔은 매달 약정일에 실시간 계좌이체나 카드 자동결제, 휴대폰 소액결제 등을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으로 돈이 이체되므로 요일이나 주제에 따라 들쑥날쑥 한 슈퍼챗 수입과 달리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는 “이 활동을 하면 채널이 터져버리게(운영 정지) 되는데 그러면 내가 생활하는데 변동이 심해져 버리고 예측하기 힘들어진다”며 “고정비, 생활비, 영상 업로드 예산을 위해 정기후원이 될 수 있는 해피나눔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하단에는 후원계좌와 해피나눔 링크 위치가 번갈아가면서 노출됐다.

구독료, 상품 판매… 다양한 수입원
정치 유튜버의 또 다른 수익원은 ‘멤버십’이다. 유튜브는 채널 운영자가 정한대로 월 구독료에 따라 멤버십 등급을 다르게 부여할 수 있다. ‘노란딱지’로 광고가 제한되는 경우에는 슈퍼챗만큼이나 구독료와 계좌 후원을 강조한다. 월정액으로 결제가 이뤄지므로 정기 후원처럼 안정적인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정치 유튜버 윤서인씨가 운영하는 ‘윤튜브’ 채널은 지난해 12월부터 유료 멤버십 운영을 시작했다. 윤씨는 “멤버십은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적선이 아니라 엄연히 구독자와 나와의 당당한 거래”라며 “이제 노딱(노란딱지)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할 수 있게 되니까 이 구독 기능은 나한테 구세주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적게는 월 2990원부터 많게는 월 6만원을 내면 유료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윤씨는 “월 7990원 이상을 내는 회원의 모든 댓글에 내가 대댓글을 달 것”이라며 “가장 높은 ‘실친’(월 6만원을 내는 등급)에 가입하신 분들과는 카카오톡 메신저 채팅방도 따로 만들고 원한다면 정기적인 만남도 따로 갖겠다”고 말했다.

유료 멤버십을 결제하면 유튜브 이용자의 아이디 옆에 배지 아이콘이 붙는다. 금액대에 따라 표시되는 배지 색깔이 다르므로 유튜버들은 높은 등급의 유료 회원이 남기는 채팅 메시지를 읽으며 감사 인사를 한다. 돈을 낸 회원만 채팅창에서 보낼 수 있는 이모티콘을 따로 정해두는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내는 보수 유튜버 ‘도람뿌’의 경우 유료 멤버십을 가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려진 이모티콘을 채팅에 쓸 수 있다고 홍보한다.

다수 구독자와 고정 팬이 생긴 정치 유튜버는 물품 판매를 한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홈페이지에서 가세연 로고와 태극기 등이 새겨진 우산과 팔찌, 에코백,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다. 가세연은 지난해 3월 통신판매업 사업자로 신고했다. 의류와 패션, 잡화, 뷰티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로 소개돼 있다. 지난해 슈퍼챗 수익 3억8000만원을 기록한 GZSS TV도 홈페이지에서 의류와 육포, 홍삼절편 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다스뵈이다'의 한 장면. 이달 3일 진행된 방송에서 김씨가 톳으로 만든 스낵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쳐

진보 성향의 정치 유튜브 채널도 수익 활동을 한다. 구독자 78만명을 보유한 딴지방송국은 방송 중 ‘PPL’(제품을 화면에 노출시키는 간접광고) 시간이 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김어준씨는 지난 3일 방송에서 톳으로 만든 과자를 소개하며 “이걸 과자로 만든 걸 보면 맛있나본데?”라고 말했다. 3개 상품에 대한 영상이 유튜브 광고가 아닌 자체 영상으로 송출되고 여기에 김씨가 직접 홍보를 하는 방식이다.

구독자가 24만명인 이동형tv는 테이블 전면에 제품 광고판을 세워두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 1일 방송에서는 1시간13분 내내 보험 상품·샴푸 등 7개 광고 이미지가 노출됐다. 이 중에는 일반 상품 광고가 아닌, 경기도의 ‘청년면접수당’ 광고도 있었다.

이송원TV를 진행하는 유튜버 이송원씨가 지난 3일 ‘윤석열, 측근에 누구 좋으라고 사표내냐 했다’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화면 하단에는 제품 주문을 할 수 있는 연락처가 계속 노출돼있다. 이송원TV 유튜브 캡쳐

지난해 국내 슈퍼챗 수익 26위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이송원TV는 지난 3일 ‘윤석열, 측근에 누구 좋으라고 사표내냐 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내보냈다. 이송원씨는 방송 시작 전 “홍보를 해야죠”라며 운을 떼고는 6분38초 동안 블루베리와 흑마늘 등 효능과 주문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저희 아버님 이거 한 달 드셨다”며 “걸음걸이가 빨라지셨고 이것 때문에 힘도 좋아지셨다. 많은 주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 유튜버들, 성실 납세 할까
정치 유튜버들은 슈퍼챗, 광고 수익, 구독료, 후원계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얼마나 벌어들이는지는 본인들이 공개하지 않은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다. 개방된 채팅창에서 돈을 보내는 슈퍼챗만 집계가 가능하다. 광고 수익과 유료 멤버십 정산금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유튜버들의 계좌로 보내주는 구조여서 공개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현금 후원도 유튜버 본인들만 규모를 알뿐 외부에서는 얼마나 모이는지 알기 어렵다.


가세연은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에 직원 채용 공고를 냈는데 지난해 연 매출이 17억6131만원이라고 소개됐다. 나이스평가정보가 발행한 가세연의 기업보고서에도 매출액은 동일하다. 슈퍼챗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이 약 2억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광고나 멤버십, 후원계좌, 물품 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15억원 이상의 수입을 냈다는 뜻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익을 얻는 모든 유튜버는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다. 유튜브에서 받는 광고와 구독료, 슈퍼챗 수입은 신고를 해야 한다. 계좌 후원이나 PPL을 통해 받는 협찬 수익도 신고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올려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모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1인 미디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서찬영 세무사는 “유튜버가 스스로를 비영리단체로 알고 후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후원 역시 종합소득세로 과세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버들이 스스로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과세는 쉽지 않다. 정산받는 외환 금액이 건당 1000달러(약 120만원)를 넘거나 한 사람이 연간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 송금 받는 경우 한국은행으로부터 국세청에 통보가 된다. 하지만 세무사들에 따르면 구글에서 돈을 받을 때 여러 계좌로 나눠 받거나 수입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피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유튜버의 개인 계좌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아직까지 정치 유튜버에 대한 과세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 거래임을 이용해서 누락시키거나 계좌 쪼개기 방식으로 하는 경우 중점을 두고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만 전체를 다 보는 것은 아니고 혐의가 있는 거래의 경우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유튜버와 SNS 마켓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세금을 성실하게 낼 수 있도록 절차를 안내하는 ‘신종업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과세를 본격화 한다는 뜻이다.

유튜브를 통해 받은 후원이나 구독료가 ‘기부금품법’의 적용 대상인지는 애매하다. 기부금품법에서는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기부금품으로 규정하고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하도록 한다. 등록을 하지 않고 모금을 하는 경우에는 반환명령을 내리거나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기부금품법에는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은 기부금품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금한 후원 금액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진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지만 후원금을 보내는 행위는 개인 간 ‘증여’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금액이 50만원을 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자발적 구독료’나 ‘광고 대가 협찬금’의 경우 사업소득이기 때문에 금액에 상관없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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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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