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유출 논란이 9일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사건 당사자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법무부는 종일 해명에 힘을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제2의 국정농단 사태”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입장문 유출 논란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봤다. 법무부에서 나온 2개의 입장문 버전과 최 대표가 출처라고 밝힌 최민희 전 의원의 SNS 글도 비교했다.

최민희 전 의원이 8일 기자단에게 전달되지 않은 법무부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법무부 8일 오후 7시50분 입장문 전송…6분 뒤 최민희 SNS

법무부는 전날인 8일 오후 7시50분 기자단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거절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와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잠시 뒤인 오후 7시56분 최민희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 윤석렬 독립수사본부 거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내용은 법무부 공식 입장문과 달랐다.

최 전 의원이 올린 글에 따르면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돼있다. 제목은 ‘추미애장관, 윤석렬 독립수사본부 거부!’였다.


최강욱 8일 밤 9시55분 ‘법무부 알림’ 게재 직후 삭제…법무부 한밤 해명

최 대표는 2시간쯤 뒤인 밤 9시55분 ‘법무부의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내용은 최 전 의원이 올린 글과 동일했다. 다만 제목이 ‘법무부 알림’으로 달랐다. 최 대표는 이 글에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이라며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라고 부연했다. 법무부 알림에 대한 자신의 평가였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글을 30분 만에 삭제했다. 그는 대신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어 삭제하였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적었다.

최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과 법무부가 기자단에게 전달한 내용이 다르자 ‘추 장관 입장문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법무부는 밤 11시53분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렸지만, 이 내용은 법무부 최종 입장이 아니며 이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강욱 9일 새벽 해명…1시간 뒤 진중권 참전

최 대표는 9일 오전 0시18분 글을 올렸다가 내린 경위를 해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8일 오후 내내 충남 공주에서 특강을 했다. 세종시에서 그간 보고 싶던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다”며 “귀가하는 과정에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글을 올리고 20여분 후, 글을 보신 다른 지인이 법무부가 표명한 입장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와 곧바로 글을 내리고 정정한 것이 전부”라며 “제가 법무부를 들여다본다는 표현에 기가 막힐 뿐이다”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새벽 최 대표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유출 경위가 드러나지 않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오전 1시41분 ‘제2의 국정농단 단상’이란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문제의 글은 이미 법무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가안’으로 확인됐다. 그 문서가 어떤 경로로 그 ‘다른 분’에게 넘어갔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글을 보신 다른 지인께서 법무부 알림이 아니라고 알려주셨다’고 했다. ‘다른 지인’은 또 누구인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사태는 그동안 법무부 행정에 바깥에 있는 권한 없는 사람들이 관여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법무부 2번째 해명…최강욱 3번째 해명…“못 믿겠다” 진중권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9일 오전 두 번째 해명을 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장관은 풀(알림) 지시를 하면서, 초안인 A안과 수정안인 B안 모두를 내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나 대변인실에서는 B만 풀을 하였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변인실 풀 시점에서 A안과 B안이 모두 나가는 것으로 인식한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위에 전파했다”며 “국회의원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포함한 다수의 소셜미디어에 A안이 게재되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과 대변인실의 소통 문제로 하나의 입장문만 공개됐는데, 그사이 다른 버전의 입장문이 실무진을 통해 알려졌다는 것이다.

뒤이어 최 대표도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입장문을 게재한 경위를 자세하게 밝혔다. 최 전 의원의 글을 복사한 뒤 제목을 ‘법무부 알림’으로 바꿨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최 대표는 이 글에서 “이번에 검언이 시도하는 공작적 기사는 제가 비록 수구 언론이 사랑하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냥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더는 이런 더러운 짓 하지 말자”고도 했다.

최강욱 대표가 9일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하나 더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진 전 교수는 최 대표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그는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강욱은 최민희를 지목하지만, 최민희가 올린 것과 최강욱이 올린 것은 본인이 인정하듯이 문언이 다르다”며 “남의 글 퍼 나르면서 뭐하러 문언을 수정하나. 최 대표의 해명은 믿어드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을 향해서도 “원문을 경어체로 바꾸어 올린 모양인데, 그 원문을 누구한테 받았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클러스터는 조국 백서 필진이고, 중요한 것은 법무부에서 조국 백서 필진 쪽으로 ‘알림’을 옮긴 1번 환자를 찾는 것이다. 1번 환자는 법무부와 조국 백서 필진 모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일까”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다른 글에서 최 대표가 올린 ‘법무부 알림’에 있는 표현 ‘수명자’에 주목했다. 그는 “‘수명자’라는 말은 군사재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문언의 작성자는 군법무관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 전 의원은 군대에 가지 않았고, 법학을 공부한 적도 없는 걸로 안다. 최민희 것을 옮겨적은 것에 불과하다는 (최 대표의) 해명은 거짓일 확률이 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진 전 교수의 주장과 달리 최 전 의원의 SNS와 최 대표의 인용은 최대 대표의 주장대로 제목을 제외하면 모두 동일하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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