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공석이 된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 자리에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서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후보를 내지 않은 일본 정부가 한국 후보에 대한 노골적 견제를 본격화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0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는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으나 유럽 국가들과 연대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보복을 자행하며 양측이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측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를 이끌게 될 경우 일본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앞서 일본이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자 WTO 제소를 주도한 바 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로 대립하는 한국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주목하는 후보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다. ‘아프리카 출신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울 경우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유력 후보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 외무성 간부는 마이니치에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하고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내 국제적 지명도가 높다”며 “대국과도 대등히 논쟁할 수 있는 무게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유 본부장의 역량을 평가 절하하며 자국 정부를 거들고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각료 경험이 없는 유 후보는 8명의 후보 중 ‘수수한 존재’”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주요국 이해관계를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은 WTO 개혁에 일본이나 미주·유럽만큼이나 관여하지 않았고, 유씨의 지명도도 낮은데 일본 언론은 유씨를 크게 다루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는 유력한 후보가 없어 혼전이 예상된다”며 “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일본에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TO 사무총장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총장으로서의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들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유 후보는 이를 위해 12일 출국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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