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보자가 발견한 5마리의 아기 고양이 가족. 맨 왼쪽은 순식이.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순심(여), 순돌(남), 순덕(남), 순복(여). 제보자 제공

지난 5월 경남 창원시의 한 남자가 낡은 철근 더미에서 다섯 아깽이와 어미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주민이 붕붕 휘두르는 빗자루에 쫓겨난 고양이 가족은 녹슨 철근과 건축 자재가 마구 쌓여있는 창고로 도망치듯 이사왔어요.

아기 고양이들은 꽤 오래 굶었는지 상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비틀비틀 걷다가 픽픽 쓰러졌습니다. 제보자는 이웃 집사들의 도움을 받아 아깽이들을 차례차례 구조했고 순심, 순돌, 순덕, 순복, 순식이라고 이름 지어줬어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깽이 5남매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녹슨 철근 틈에 위태롭게 숨어있다. 처음에는 주택가의 사용하지 않는 2층 창고에서 태어났지만 고양이를 미워하는 주민이 빗자루로 쫓아냈다고.

순심(아래)과 순돌(위).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져 있는 남매를 제보자가 발견했다고. 당시 결막염, 영양실조를 앓았지만 제보자의 돌봄을 받아 금세 회복됐다.

“정말 너희 맞냥?” 예쁘게 자란 아깽이들

아깽이들은 너무나 예쁘게 자라줬어요. 존재만으로도 앙증맞은 아깽이. 낯선이 무릎도 마다않는 애교쟁이들이니 얼마나 귀여울까요. 우다다다 술래잡기를 하며 온집안을 헤집고 다닌답니다.

'우다다다' 순덕이와 순복이를 찾고 싶으면 공을 굴리면 된다.

생후 13주차를 맞이한 이들은 아깽이 티를 벗고 의젓해졌죠. 새벽 2시면 밥 달라고 제보자 머리 위에 올라타던 아이들이 요즘에는 알아서 사료를 잘 찾아 먹고요. 사람이랑 부대끼며 살아서 그런지 점점 말도 알아듣는답니다. 예전같으면 책상 위에 세워둔 컵과 필통들을 몽땅 쓰러뜨렸는데, 제보자가 “안돼!” “하지마” 부탁하면 멈칫, 하고 피해간다고 해요.

아깽이들이 처음부터 건강한 건 아니었어요. 구조 당시에는 대부분 허피스(고양이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먹을 것을 삼킬 힘도 없었죠. 하지만 2주 정도 병원치료를 받으며 씩씩하게 감기를 이겨냈어요. 먹는 것이라면 사료, 간식 가리지 않고 굉장히 잘 먹고요. 1~2차에 걸친 종합백신 접종, 구내염 및 구충검사도 마쳐서 건강관리도 완벽하답니다.

평범한 일상 뒤에 숨은 노력 때문일까요. 아깽이들이 편안하게 배를 까고 벌러덩 누워있는 모습을 볼 때 제보자는 마음이 뭉클하다고 해요.

원룸에서 살기에는 가족 숫자가 너무 많죠. 이제 제보자는 아깽이들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길 원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고양이 집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서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담은 입양공고를 올리는 것이 요즘 제보자의 일과죠.

아이들이 버림받는 일이 없도록 ▲결혼한 부부 ▲자녀가 어린이로 성장한 가정 ▲고양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가정 ▲입양 전에 고양이를 직접 방문해서 교감할 것 같은 제법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답니다. 조건에 맞는 입양자가 과연 나타날까요.

부산으로 입양간 순심과 순돌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하염없이 연락을 기다리던 5월의 마지막 주, 마침내 입양신청자가 나타났어요. 부산에 사는 젊은 부부인데 고양이를 기른 경험도 있는 준비된 예비집사들이었죠. 아깽이들도 부부의 손에 얼굴을 부비며 먼길을 달려온 부부를 반겨줬어요. 그렇게 치즈처럼 털이 노란 순돌이와 고등어처럼 희고 푸른 털의 순심이는 부산으로 입양 갔죠.

2달 사이에 훌쩍 자란 순돌이

부부는 고맙게도 제보자에게 종종 아깽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온다고 해요. 제보자는 “이게 하…기분이 뭉클하고 짠해요. 궁금해도 부담될까봐 연락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미리 보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면서 울먹입니다. 영상 속 고양이들은 입양 가기 전보다 2배는 더 자란 ‘확찐냥’이 돼 있었죠. 제보자는 “하늘이 도왔다” “내가 좋은 일을 했구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감동을 감추지 못하네요.

두 달만에 우아하게 자란 순심이

하늘의 별이 된 순식이

다섯 아깽이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하늘의 별이 된 아이도 있어요. 털 빛깔이 고등어를 닮은 순식이는 구조의 손길을 피해다니다 결국 병과 굶주림을 못 견디고 눈을 감았습니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지만 잡동사니 틈새를 누비는 아깽이들을 구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눈앞에서 아픈 순식이를 잡지 못하는 제보자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제보자는 “생과 사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요”라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봄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발정기를 맞이한 어미 고양이가 보통 5~6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그중에 1~2마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배고픔과 질병, 인간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아늑한 보금자리에 들어와 안도한 탓인지 아기 고양이들은 구조된 다음에야 병세를 보였습니다. 제보자는 “구조한 아이들이 눈 앞에서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에 아깽이들을 밤새 간호했다고 하네요. 동물병원비, 항생제, 종합백신 접종 비용으로 70만원이 들었습니다. 수영강사인 제보자는 코로나 사태에 오랜 시간 일을 쉬고 있어 더 큰 부담이었습니다.

온 집안이 놀이터, 순덕이와 순복이

남은 두 아이는 순덕이와 순복이입니다. 흰색 바탕에 각각 노란 무늬, 검은 무늬로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두 아깽이들은 우애가 무척 깊어요. 지지고 볶고 놀다가 서로를 꼬옥 안고 잠들죠.

순덕이는 가끔씩 순복이를 사냥(?)한다.

흰 바탕에 노란 털의 순덕이는 축구를 좋아해요. 공 하나만 주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우다다 뛰어다닌답니다. 제보자와 공을 주고받는 실력이 정말 놀랍네요. 순덕이는 넉살이 대단합니다. 손님이 오면 무릎 위에 올라와서 골골거리는 순도 100% 개냥이에요.

순덕이는 축구 실력이 수준급이다.

"컴퓨터는 허락맡고 하라냥" 컴퓨터 작업을 할 때마다 와서 방해하는 순덕이

암컷인 순복이는 수줍은 개냥이랍니다. 초면에는 소심해서 거리를 두고 겁을 많이 내죠. 하지만 경계심도 잠시, 어느새 사람 무릎 위에 새침하게 누워있답니다. 제보자는 제보자는 순복이와 순덕이에게 보다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자 합니다. 좁은 원룸에서 홀로 사는 자신보다는 결혼한 부부가 훨씬 안정된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두 아이는 1~2차 종합예방접종, 구내염, 구충검사를 마쳤으며 링웜(피부병)에 걸렸지만 꾸준히 병원 처치를 받아 완치 단계랍니다.

사랑스러운 순덕이와 순복이의 가족이 되어주실 분을 찾습니다! 고양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결혼한 부부 중 자녀가 어린이로 성장했고 입양 전 창원을 방문할 수 있는 분들은 제보자에게 이메일(7802jjang@naver.com)로 문의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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