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1만6000명 다녀가
고성 충돌, 포스트잇 추모도
서울시 “추모시민 슬픔도 헤아려주길”
박홍근 “성희롱 피해 호소인 비난 말라” 호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객들이 12일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이틀째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흐린 주말이었지만 오전 8시부터 조문객 수십 명이 순서를 기다렸다. 검은 옷보다는 반팔 티셔츠, 등산복 같은 평상복 차림이 더 많았다. 사이클복을 입은 한 시민은 “생전 격의 없었던 박 시장은 이해해 줄 것”이라고 했다.

아침 조문객들은 8명씩 묶여 국화 9500송이와 박 시장 영정 앞에서 30초 동안 묵념했다. 국화 앞에는 앞선 조문객이 놔둔 엽서와 꽃이 있었고, 비장한 음악이 흘렀다. 묵념을 마친 조문객들은 분향소를 나와 방명록에 “편히 쉬라”고 적었다. 일부는 훌쩍거렸다.

오후 3시 조문 행렬이 길어져 끝을 볼 수 없었다. 줄은 시청광장을 넘어 시청 신청사를 빙 둘러쌌다. 사람이 몰리자 30명이 넘는 조문객이 한꺼번에 조문했다. 오후 4시30분 비가 쏟아졌지만, 줄은 쉽게 짧아지지 않았다.

조문을 마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박 시장을 기억했다. 이해진(34·여)씨는 “엉뚱했지만,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실험가였다”고 말했다. 강경식(20)씨는 “인터넷에서 유쾌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만 봐오다 영정 사진을 마주 보니 울컥했다”고 했다.

광장 한편에서는 박 시장 지지자 반대세력이 충돌해 추모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서로 고성을 내지르다 육탄전으로 가려는 이들을 경찰이 몸으로 막아섰다. 촌극이 벌어지는 동안 “명복을 빈다”고 적은 ‘포스트잇 추모문’이 시청 정문을 가득 메웠다.

온라인에선 서울시장(葬)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떳떳한 죽음이 아니라 시민장 자격이 없고, 시민장 자체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었다. 같은 내용의 국민청원에는 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서울시는 “추모는 시장으로서 업적을 기리는 것일 뿐 흠집 가리기나 피해자를 향한 압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를 바라는 사람들의 슬픔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홍근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피해 호소인에게도 고인의 죽음은 큰 충격일 것”이라며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를 거듭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시청 분향소에는 총 1만6000명 이상(오후 5시 기준)이 다녀갔다. 같은 시각 ‘온라인 분향소’에는 91만명이 ‘온라인 헌화’를 했다.

한편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오후 입관식이 열렸다. 전날 도착한 박 시장의 아들이자 상주 박주신씨를 포함한 유족들이 이를 지켜봤다.

빈소 조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박 시장과 호흡을 맞춘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유족들을 위로했다. 빈소엔 모두 8000여명이 다녀갔다.

발인은 13일 오전 7시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뤄진다. 영결식은 한 시간 뒤 서울시청에서 열리며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이후 서울추모공원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 매장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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