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국회 여성 근로자를 기반으로 한 페미니스트 단체 ‘국회페미’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제작해 서울 각지에 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을 두고 “2차 가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12일 촉구했다.

국회페미는 성명서를 통해 “박 시장 추모 현수막이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된 정황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국회페미는 “(민주당은) 당의 정치적 이해가 반영된 메시지를 시내 곳곳에 내걸어 박 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실을 부정하고, 시민들에게 동의를 강요한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민주당이 우선순위에 둬야 했던 일은 2차 가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 아니라, 박 시장 죽음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향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동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박 시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고소당한 직후 죽음을 선택한 정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극적인 선택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스스로 중단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수막뿐만 아니라,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공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잊고 박 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실을 음해로 치부하는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책임론’도 나왔다. 국회페미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터지긴 했으나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준 폭로자가 최근 들어 민주당 쪽에 더 많았기 때문”이라며 “침묵과 비판밖에 하지 않은 야당도 똑같은 책임이 있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특정 정당과 진영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 정쟁화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피해자들은 더 광범위한 2차 가해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체는 “민주당은 2차 가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며 “국회와 각 정당은 내부 성폭력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피해자를 억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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