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서울 재건축 규제 완화에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 6월 부동산대책에서는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관리를 강화하고 조합원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 부동산대책이 22번이나 발표됐지만, 주택공급 확대라는 고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주택은 부족하다 보니 고강도 규제 속에도 부동산이 들썩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이 주문하는 고밀도 정비사업은 균형발전 저해, 유동자금의 투기 자본화 문제 등도 있어 관계 당국이 선뜻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과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등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0년 이후 총 77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더 많은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됐다. 시장 참여자들도 정부가 부동산을 안정시키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는 공급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공급대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량을 늘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주택이 먼저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비율을 늘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장 최근 7·10 부동산대책에서 국민주택(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특별공급(생애최초, 신혼부부, 기관추천, 다자녀, 노부모 부양) 물량을 기존 80%에서 85%로 늘렸다. 하지만 주택 총량을 늘리지 않고 비율만 조정할 경우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장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공급 총량을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고밀도로 개발된 서울에는 개발할 택지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미 개발 중인 3기 신도시에 이어 4기 신도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하지만 택지 발굴과 신규 교통대책에 들어가는 시간이 만만찮고, 새 신도시 개발에 대한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개발계획만 발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공급 방법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시장은 꾸준히 도심 고밀도 개발을 요구해왔다. 도심 기존 택지에 용적률을 높이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장려하되, 대규모 재건축 사업은 끊임없이 견제해왔다. 개발 사업이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발표된 6·17부동산대책에서도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정비사업을 압박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결국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빨리 안정시키고 실수요자들에게 주택공급을 원하는 만큼 하기 위해선 용적률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밀도 재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활성화한다고 했을 때 서민 주택 공급 기능은 미미하고 다주택자와 현금 부자가 몰려 투기 열풍만 거세질 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도입해 온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이 역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고 교수는 “정부가 꾸준히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부자들이 재건축만 살 수는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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