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나 단타 매매족을 겨냥한 세금 폭격이 핵심이다. 살 때(취득세), 보유할 때(종합부동산세, 재산세), 팔 때(양도소득세) 모두 세금을 중과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재 수준의 두 배로 올리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곧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의 매물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정부의 21·22번째 부동산 대책이 현금부자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한 기사(국민일보 7월 13일자 1·8·10면 참조)에는 “보유세를 높였으니 다주택자 현금부자도 못 버틸 지경이 되면 집을 내놓을 것” “절대 팔지 말고 세금 폭탄 맞으시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결이 다른 반응이 나왔다.

“7·10 대책이 나오고 2000만원이 또 올랐어요. 주말에 계약 하나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사이 올라서 못했어요. 아직은 사려는 사람이 많은 시장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

이는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 규모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민일보는 14일 김병한 천정 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와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의 저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지방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서울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해봤다. 이번 인상안의 세율을 적용한 결과 고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억대의 종부세 부담이 지워졌지만, 저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저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는) 생각보다 종부세가 높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며 “저가 아파트 매물들이 시장에 풀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지역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핀셋 규제 영향이 닿지 않는 무풍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절반의 실패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에 따르면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96㎡)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51㎡) 총 2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보유세는 올해 7548만원에서 내년 1억6969만원으로 2배 이상 뛴다. 두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 합계는 47억4700만원이다. 보유세를 12개월로 쪼개서 계산 해봐도 월 14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아무리 집값 상승세가 빠르다고 해도 당장 이 돈을 내기 어렵다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10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가 30억원, 시가 50억원 다주택자를 예로 들며 이들의 종부세가 각각 3800만원, 1억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 넘게 인상된다는 설명과 비슷하다. 초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이들에게는 확실한 부담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저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어떨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률이 122%에 이르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소유 다주택자를 기준으로 계산해 봤다.

포항에 사는 A씨(47)는 2016년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전용 31.98㎡) 4채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가격은 모두 2억원 중반대였다. 두 채는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취득하고 두 채는 자신의 명의로 샀다. 그는 2016년 말 4채 중 한 채를 팔고, 2017년 다시 한 채를 사들였다. 2017년 6월 기준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는 포항의 아파트를 포함해 총 5채였던 셈이다.

김병한 세무사가 당시 세율과 공시가를 적용해 A씨 종부세를 계산했더니 2017년의 경우 60만원 이하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도 100만원대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방식으로 2020년 재산세와 종부세를 따져보면 315만원이 나온다. 지난해 말 발표된 12·16 대책의 종부세 인상안을 적용해도 4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차익은 컸다. A씨는 보유한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 5채를 4년에 걸쳐 나눠 팔아 4억5000만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그 동안 오른 공시지가를 반영한 보유세보다도 집값 상승분으로 인한 차익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A씨가 현재까지 해당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계주공5단지 4채와 포항 아파트 1채에 7·10 대책 종부세 인상안을 적용해도 올해 종부세와 재산세는 586만원 수준이다. 2017년에 비해 세액은 5배 넘게 늘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에 비춰보면 팔아야 할 유인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 평가다. 2017년 여름 3억원 초반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 6억원을 찍었다. 현재 공시지가는 2억원 중반 수준이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가격대가 낮은 소형 아파트의 경우 이번 종부세 인상 영향이 거의 없다”며 “게다가 세금보다 집값 상승이 더 빠르면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효과가 적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과 강북에 한 채씩 갖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보유한 집이 모두 고가인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이 역시 실질적인 세금 인상 부담이 크지 않다고 봤다.

B씨(51)는 서초구 아파트(전용 84.53㎡) 한 채와 상계 주공5단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두 아파트의 공시가 합계는 올해 기준 11억4100만원이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20억원에 가깝다. 서초구 아파트를 아내와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B씨의 경우 올해 공시가에 7·10 대책의 세율을 적용했을 때 300만원 이하(재산세+종부세)의 세금이 나온다. 두 아파트의 집값은 모두 샀을 때 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 다주택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위축될 수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주택자 매물 얼마나 나올 수 있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종부세에 중과세율 인상 적용을 받는 인원은 전체 인구의 0.4%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초고가 아파트를 쥐고 있거나 수십채의 아파트를 들고 있는 다주택자 0.4%의 매물 정도만 시장에 풀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집을 내놓을 만큼의 타격을 입는 다주택자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이번에 최고세율 6%하면 세부담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강남의 20억짜리 아파트 3채를 예시로 들고 그런 사례와 비교하면 안 된다”며 “이런 형태의 종부세로는 저가 아파트까지 풀릴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 초년생이나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서울의 저가 아파트는 이미 매물 자체가 희박한 수준이다. 직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2016년 전체 매매의 53.7%(5만9188건)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34.4%(2만5791건)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7월 12일까지 1만5582건(38.3%) 거래됐다. 3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는 2016년 20.0%(2만2063건)에서 2019년 9.42%(7062건)로 줄었다. 올해는 3747건(9.22%)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에서 저가 아파트 실질 거래된 매물이 10%가 채 안 된다. 저금리에서 이런 매물에 기대심리를 가진다고 해도 거래 가능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매물은 적지만 수요가 많은 경우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부는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마련, 오는 10월 예정된 국토부 공시가격 로드맵 발표 때 포함하기로 했다. 중저가 아파트로의 자금 유인을 키우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풍선효과 쏠림 현상이 집중되고 있는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율 인하를 언급한 것은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공급 방안 등 다른 방향의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세부적인 공급 계획을 수립해 시그널을 주고 직접 공급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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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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