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 비판자로서 검찰 고위직에 쓴소리를 내왔던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검찰 외부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근래 몇몇 분들이 저와 서지현 검사를 목 놓아 부른 것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던 서지현 검사는 박 시장과 관련해 의견표출을 하지 않는다며 이쪽 저쪽의 비판, 부추김, 권유 등에 시달리다 못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며 페이스북을 중단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2018년 11월 22일 검찰 내 성폭력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글 쓴 것이 징계사유 중 하나였고, 내부망과 펫북에 글 쓰면 징계하겠다는 검사장 경고에 한참을 시달렸다”며 “글 쓸 때마다 징계 회부할 꼬투리가 있는지 재삼재사 확인했고,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징계한다면 소송에서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도 미리 생각해놓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제 직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최소한으로 말하려 하고, 살얼음판 걷듯 수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처한 자리와 입장에 따라, 각종 사건에 맞춤형 멘트를 원하는 분들이 참 많다”며 “애처로운 SOS도 적지 않고, 함정에 걸려들길 바라는 악의적 시선도 없지 않네요”라고 덧붙였다.

한 시민이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생가에서 유족들이 들고 나오는 박 시장 영정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임 부장검사는 “검사직과 제 말의 무게가 버거운 저로서는 앞으로도 아는 만큼만 말할 생각”이라며 “검찰 내부 일만으로도 능력이 벅차 검찰 밖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깊이 공부하여 벗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니, 혹여 세상만사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양해 구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부장검사는 “또 미투 이야기를 접한 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피소된 분들 중 울산시민이 있다면 제가 사건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고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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