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정보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아닌 워싱턴의 중앙 데이터베이스로 직접 전송하라는 지침을 일선 병원에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CDC의 데이터를 근거로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고 보건지침을 조언해왔는데, 정보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DC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종종 비판 목소리를 내 패싱 논란도 일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지침은 보건복지부(HHS)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전국 2만5000여개 의료기관은 이달 15일부터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일일 보고서와 이용가능한 병상 숫자, 그밖의 정보를 CDC가 아닌 HHS가 새로 도입한 중앙시스템에 직접 전송하도록 한 내용이다.

그동안 일선 병원들은 코로나19 정보를 CDC의 국립의료안전네트워크(NHSN) 사이트에 입력해왔다.

문제는 HHS의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CDC 데이터에 기초해 이뤄졌던 코로나19 확산 추세 및 대응 방안 연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지난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정부 브리핑에서 발언하기 위해 연단으로 이동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옆을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DC는 코로나19 상황을 낙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지속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이날 미국의학협회저널 세미나에서 “2020년, 2021년의 가을과 겨울은 미국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정말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스크 착용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된 데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모든 사람들에게 당장 마스크를 착용하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4~8주 안에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다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가 7만명이 넘어서자 처음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썼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34만4000명, 사망자는 13만5000명을 넘어섰다.

15일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34만4000명, 사망자는 13만5000명을 넘어섰다. WHO 홈페이지 캡처

마침 CDC 전직 국장 4명도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어떤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과학을 정치화한 사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CDC 패싱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CDC로부터 코로나19 정보 통제권을 빼앗았다”며 “일선 병원에 ‘CDC를 무시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수집 기관을 변경함으로써 의료진과 장비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카푸토 HHS 대변인은 NYT에 “HHS의 분과인 CDC도 정부 대응에 참여한다”며 “다만 더는 코로나19 정보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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