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비서실장, 고한석씨가 “(실종 당일) 박 전 시장이 산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고 전 실장은 사건 당일 박 전 시장과 전화통화로 나눈 대화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이같이 전했다. 극히 일부이지만 고 전 실장이 박 전 시장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실종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찾아 약 1시간 동안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고 전 실장이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인 오전 10시44분쯤 등산복 차림으로 공관을 나섰다.

고 전 실장은 약 3시간 뒤인 오후 1시39분 박 전 시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박 전 시장과 면담 후 통화까지 한 그는 “시장님이 내게도 정확히 말씀하지 않아서 정보가 없다”며 “내가 가진 정보는 시장님이 공관을 나간 걸 알게된 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산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한 것뿐”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고 전 실장과의 통화를 끝으로 오후 3시49분쯤 성북동 핀란드대사관저 인근에서 전원이 꺼졌다.

이후 오후 5시17분쯤 박 전 시장의 딸이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끝에 박 전 시장은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 전 실장은 서울시 관계자가 실종 당일 오전 11시20분과 정오쯤 북악산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박원순 시장이 들르지 않았냐”고 문의한 사실도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고 전 실장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마지막 통화 전부터 박 전 시장의 돌발 행동을 우려,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은 실종 전날인 8일 전직 비서였던 A씨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혐의로 피소됐다. 이날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박 전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박 전 시장에 물어봤다고 한다. 임 특보가 피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었으나, 임 특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피해 내용 등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7년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성추행이 시작됐다며,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텔레그램으로 속옷만 입은 자신의 사진이나 음란한 메시지도 보내왔다고 한다. 현재 A씨는 온·오프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신상털이’ ‘무분별한 비난’ 등 2차 가해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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