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손정우씨와 고(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들이 디지털 교도소에 갇혀 있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난데없이 ‘디지털 교도소’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계기는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 미국 송환 불허 판결이었다. 손씨 신상이 ‘디지털 교도소’에 있다는 정보가 돌자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던 것이다.

해당 사이트는 한동안 화제였다. 사이트에 접속한 시민들은 손씨를 제외한 다른 범죄자들의 신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8일에는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포함한 판사들도 디지털 교도소에 갇혔다. 디지털 교도소장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자의적 신상공개는 후폭풍도 낳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디지털 교도소 접속을 차단해달라는 민원이 3건 접수됐다. 디지털 교도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사이트는 하루 60만번쯤 해킹 공격을 받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3일 디지털 교도소장과 관련자를 검거하기 위한 수사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형사적 책임을 질 상황이 된 것이다.

디지털 교도소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디지털 교도소를 연 이유, 가해자와 피의자 신상을 찾는 방법, 불법과 실효성 논란에도 개의치 않는 이유, 그리고 경찰 수사에 대한 생각까지. 국민일보는 13일부터 14일까지 디지털 교도소장 A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 디지털 교도소를 연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월말쯤부터 ‘웰컴투비디오’를 비판하는 계정을 운영했다. 운영 도중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사촌 동생이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가해자에게 복수를 어떻게 할까 매일매일 고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강력범죄자와 소아성애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걸 보고 ‘우리도 저렇게 바뀌면 어떨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미리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신상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공개했다. 그런데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가 댓글을 게재한 네티즌을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분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디지털 교도소로 플랫폼을 옮겼다.”

- 가해자들 신상은 어떻게 찾고, 어떤 기준으로 수감되나

“제보는 거의 없다.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보를 수집한다. 카페 같은 커뮤니티나 SNS도 찾아본다. 판결문을 입수해 읽어본 뒤 가해자를 수소문할 때도 있다. 이렇게 부딪치다 보면 기사에 나오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같은 뜻으로 움직이는 그룹에 수집한 내용을 공유해서 추가 정보를 모은다. 최대한 정보를 긁어모아 퍼즐을 맞추는 식이다.

제보자들 때문에 신상정보를 어느 선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많다. 원칙은 혐의가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증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범죄자라면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어도 세상에 알리지 않은 사건이나 폭로하지 않은 자료가 너무 많다.”

누군가가 교도소장에게 재소자의 여자친구가 괴로워한다는 이유로 신상공개 삭제를 요청했다. 디지털교도소장 제공

- 교도소에는 아직 재판 중인 피의자들이 있는데 무죄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

“법원 판단으로 무혐의가 나오면 법적 처벌은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인의 질타를 받는 확실한 범죄사실이 있다면 디지털 교도소에는 수감된다.”

- 무죄는 범죄 사실이 없다는 뜻 아닌가

“(동료 대학원생 커피에 10개월간 정액과 가래침 등을 섞은 남성이 현행법상 성범죄 적용을 받지 않아 형이 줄어든 사건을 소개하며) 해당 사건을 보면 가해자는 성범죄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다. 굉장히 지저분하고, 혐의가 전부 입증되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지인 능욕 범죄는 금전거래가 없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나 무죄를 받는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무혐의를 받았을 뿐이라 디지털 교도소에 수감된다.”

- 피의자들 또는 가해자들 신상공개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무기징역을 받으면 20년이 흘러 모범수로 석방될 수 있어서 30년으로 정했다.”

- 석방한 재소자들도 있나

“미성년자 재소자 2명을 포함해 총 4명을 석방했다. 미성년자 재소자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학교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요청해서 신상을 내렸다. 나머지 2명의 경우 제보자가 신변 위협을 받았다. 더는 신상을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지인능욕범의 어머니가 디지털교도소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는 "우리 아이가 순둥이라서" "호기심에 했다더군요" 같은 2차 가해성 발언이 담겨 있었다. 디지털교도소장 제공

- 디지털 교도소에 갇힌 피의자와 가해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열린 공간에서는 대부분 피의사실 또는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뒤로는 협박하거나 악성루머를 유포했다. 협박 유형은 대부분 신고 또는 고소였다. 내 신상을 털거나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자살, 살해 협박도 받았다. 내가 극성페미니스트에 여자라는 소문도 있었다.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이 일을 한다’거나 ‘범죄자에게 돈을 주고 게시글을 내렸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범죄자들과 금전적으로 협상한 사실은 단 한 번도 없다. 사과하는 재소자도 가끔 있었다. 일을 수습하려고 노력한 재소자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하다.”

- 피해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가해자의 사과를 받았다’ ‘인터넷에 (촬영물을) 유포한 범인이 누구였는지 몰랐는데 덕분에 잡았다. 고맙다’는 연락도 받는다.”

- 댓글을 보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또는 피의자와 가해자 가족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피해자를 위로할 목적이라면 댓글 기능이 필요한가

“범죄자 욕도 하고, 강력범죄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고자 댓글창을 열었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으로 싸우거나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신고 기능을 활성화할 것이다.”

재소자가 디지털 교도소장에게 신상공개 글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메일을 보냈다. 교도소장은 아직 이 재소자의 신상을 삭제하지 않았다. 디지털교도소장 제공

-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에 대해서는

“사태 해결의 기준이 중요하다.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지인능욕’ 범죄 예방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지인능욕을 하는 방 여러 개에 들어가 있는데,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겁을 내는 거다. 제가 들어가 있는 방마다 회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범죄자들도 있다. 범죄 예방 효과가 확실히 있을 것으로 본다.”

-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연하다. 누구나 강력범죄와 솜방망이 판결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응어리를 해소할 공간이 없었다. 나는 응어리가 커져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일 뿐이다. 기회와 조건이 주어지면 누구든 이 일을 할 수 있다.”

- 12일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데

“90만원 정도(13일 기준) 들어왔다. 사비로 디지털 교도소 서버 유지비를 내고 있다. 만약 공공기관의 제재를 받으면 유지비가 추가로 발생해 후원을 열어 놓을 생각이다. 사적으로 사용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운영비용으로만 사용할 것이다.”

- 경찰이 오늘 수사에 착수했는데

“경찰은 신고가 들어왔으니 당연히 수사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검거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 매일 끔찍한 사건을 마주할 것 같은데, 생활이 달라졌나

“말도 안 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잔인한 범죄들, 특히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괴롭다. 5개월째 악몽을 꾸고 있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아직 약은 먹고 있지 않다. 운동과 산책을 병행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끝까지 갈 거라고 했는데 생각하는 ‘끝’은 어디인가

“더는 수사, 기소, 판결에 대해서 떠들지 않도록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모든 사람이 법의 공정성을 느끼는 날이 ‘끝’이 아닐까 싶다. 끝까지 갈 것이다.”

- 수사기관, 사법기관, 그리고 한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사건들을 보면 공통적인 게 있다.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피해자는 숨어다니고 이름도 바꾸고 이사도 가지만 가해자들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피해자를 협박한다. 협박을 멈춰달라며 애원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찍어 유포하는 사건도 자주 있었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죄자 인권 챙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이건 사법부와 우리 사회가 같이 만들어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손가락질하지 말고 범죄자(검거와 처벌)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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