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코로나 시대 ‘안전한 축제’ 보여준다

22일 개막… 8월 8일 폐막까지 ‘클린강원 패스포트’ 등 방역 역량 총 동원

22일 공연 시작 전 알펜시아 뮤직텐트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실행한 뒤 간단한 인적사항을 입력한다. 이후 담당자가 다가와 체온을 재고 직인처럼 생긴 전자 도장을 핸드폰에 찍어주면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QR코드 방식처럼 공연장에 들른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빠른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강원도에서 개발해 보급 중인 ‘클린강원 패스포트’. 22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개막한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을 보러 실외 뮤직텐트 앞에 모인 관객들은 바닥에 붙은 스티커 안내에 따라 1m 거리를 두고 서 있다가 클린강원 패스포트로 빠르게 입장을 완료했다. 전자 기기가 어려운 장년층들과 일부 관객들만 문진표를 수기로 작성하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음악제 관계자는 “QR코드 방식과 다르게 사전 등록이 가능하고 1~2초 이내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래 대기하지 않아 안전하고 평소 음악제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이날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17일간의 축제 일정에 돌입했다. 국내 대표 클래식 축제인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올해 더욱 주목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국내 첫 대형 음악제여서다. 앞서 펜데믹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유슈의 음악 축제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K방역을 세계 공연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안전한 축제’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험대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행사를 주최·주관한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은 지난 2월 겨울 버전의 행사인 대관령겨울음악제 마지막 두 공연이 코로나19로 취소된 직후부터 여름 행사를 위한 대책 논의에 들어가는 등 지역 방역 역량을 결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알펜시아 콘서트홀 입구에 설치된 대형 대인 소독기

평창대관령음악제 주 공연장인 뮤직텐트와 콘서트홀에 입장할 때 시선을 채는 것은 컨테이너처럼 2m짜리 대형 대인 소독기다. 행사 파트너인 평창군이 갖춘 5~6대 중 4대를 들여온 것으로 2~3초를 스치듯 지나가면 자외선으로 소독하는 방식이다. 공연장마다 입구에 2개씩 설치돼 있어 모든 관람객이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 통과해야 한다.

공연장 입구에는 손 소독제와 소독 티슈 등 기본적인 방역 물품도 준비됐다. 특히 좌석 거리두기를 위해서 뮤직텐트(1000석)와 콘서트홀(600석)을 각각 450석, 366석 규모로 줄였는데 뮤직텐트의 경우 안전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아 사이에 두 좌석씩을 떼어냈고 무대로부터 인접해 설치됐던 좌석들과 오케스트라 피트 등도 제거됐다. 공연이 끝나면 매회 공연장 소독 작업도 이뤄진다.

이날 공연에서는 지난 5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적용해 파장을 일으킨 ‘무대 위 거리두기’도 적용됐다. 연주자 사이에 일정 간격을 벌리는 무대 위 거리두기는 독일 등에서 먼저 선보인 방역 공연 방식으로, 서울시향은 앞서 연주자 간 1.5m 거리두기 규칙을 적용한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22일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오케스트라(약 60명)와 합창단(약 75명)을 합쳐 130명 정도가 무대에 오르는 대편성 곡이기에 50~100㎝ 정도만 간격을 벌렸다.

좌석 거리두기를 도입한 알펜시아 뮤직텐트 내부

관악기 주변에는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한 약 4대의 비말 차단막이 설치됐다. 공연 담당자는 “거리에 구애받기보단 무대가 허락하는 한에서 연주자 거리를 최대한 떨어뜨려 안전한 공연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주최·주관 측은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다른 축제가 참고할 방역 선례로 남길 바라고 있다.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공연예술은 라이브가 본질인 예술이기에 개최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면 축제 개최가 가능하다는 게 강원도와 재단의 판단이었다”며 “축제가 안전하게 마무리된다면 아티스트들은 물론 도민과 주변 상권, 시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창=글·사진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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