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LG아트센터, 20년간의 가치 더 확장”

이현정 기획팀장 인터뷰… 올해 해외 초청공연 전부 취소, 국내 우수 공연 발굴

이현정 LG아트센터 기획팀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LG아트센터는 2000년 3월 개관 이래 국내 첫 연간 시즌제 도입, 패키지 티켓 판매, 초대권 없는 극장 등을 표방하며 한국 공연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01년 12월부터 7개월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장기 대관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의 산업화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국내 공연계 내 위상을 고려할 때 올해 20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가 번듯한 ‘성년식’을 개최할 법하지만 조용하기만 하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공연계가 미증유의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LG아트센터 역시 4월 1~3일 다큐멘터리 연극의 거장 밀로 라우의 ‘반복-연극의 역사’를 시작으로 기획공연(ComPAS) 11편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연극, 무용, 재즈,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레프 도진, 로베르 르빠주, 이보 반 호프, 피나 바우쉬, 아크람 칸 등 현대 공연예술계 거장들의 작품이 매년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LG아트센터는 그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부근 GS타워 안에 있는 LG아트센터 내부. 2000년 3월 개관한 이래 세계적인 거장들의 화제작을 선보이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LG아트센터 제공

LG아트센터의 공연을 총괄하는 이현정 팀장은 27일 국민일보와 만나 “사실 이렇게 다 취소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낙담하는 대신 LG아트센터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지난 5월 8일 디지털 스테이지 ‘컴온(CoM On·CoMPAS Online)’ 시즌1을 선보였다.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 아크람 칸 안무 잉글리쉬 내셔널 발레단 ‘지젤’ 등 LG아트센터와 협력 관계인 아티스트들의 작품 9편을 두 달간 온라인으로 무료 스트리밍한 것이다. 이 팀장은 “온라인 공연도 LG아트센터의 색깔을 살려 기획했다. 그동안 우리 공연을 못 봤던 관객을 유입할 계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컴온 시즌1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전체 공연은 30만뷰를 기록했고 특히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14만뷰가 나왔다. 실제로 LG아트센터가 컴온 시즌1 관람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프로그램 구성 및 관람 공연의 완성도에 대해 긍정적(만족 및 매우 만족)인 답변을 했다.

LG아트센터는 7월 31일 캐나다의 아트서커스 단체인 서크 엘루아즈의 ‘서커폴리스’를 시작으로 9월 중순까지 7편의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는 ‘컴온’ 시즌2를 이어간다. 시즌1보다 장르가 다양해졌으며 관람시간도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렸다. 이 팀장은 “온라인 공연은 내년에도 계속할 계획”이라면서 “여건상 직접 초청할 수 없는 해외 화제작을 온라인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더욱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컴온 시즌2 이후엔 유료화로 가려고 한다”면서 “일단은 네이버TV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할 때 ‘후원’ 기능 도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만족도 조사에서 LG아트센터의 온라인 공연을 유료로 관람하겠다는 답변은 약 82%였다.


LG아트센터는 국내 아티스트들로 대면 공연도 재개했다. 지난달 ‘러시 아워 콘서트-이날치 ‘수궁가’ with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시작으로 9월에는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과 김재덕 안무가의 ‘다크니스품바’ ‘시나위’를 연이어 선보인다. 10월 마지막 주에는 퓨전국악의 대표팀과 다양한 음악 장르 연주자들의 무대가 준비된다. 이 팀장은 “코로나19로 내한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우수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들 작품이 LG아트센터를 통해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처럼 전체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우수 레퍼토리들을 미리미리 기획공연에 포함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LG아트센터의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이 팀장은 LG아트센터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인물이다. 이 팀장은 극장의 실시설계(기본설계에 입각해 실제 시공에 필요한 도면을 작성)부터 참여한 김의준 초대 대표에 이어 1996년 12월 LG아트센터에 두 번째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은퇴했지만 그는 지금도 LG아트센터의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그는 2022년 마곡동에서 새롭게 문을 여는 LG아트센터의 청사진도 구상 중이다.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마곡LG아트센터는 13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블랙박스형 극장으로 이뤄진다. 이 팀장은 “그동안 국내 아티스트와 여러 차례 공연을 제작했었지만 마곡에선 더욱 활발히 국내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코로나19가 LG아트센터의 계획을 앞당긴 셈이다”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의 향후 20년을 묻자 이 팀장은 “방향성 면에선 지금과 같다”고 말했다. “잠깐 몇 년은 ‘남들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만 20년, 50년 동안 하는 건 쉽지 않은데요. 다만 방향성을 유지하되 좀 더 유연해지려고 합니다. 해외 공연을 들여오는 방식을 확장해 온라인이나 다른 교류 통로를 만들어 LG아트센터의 가치를 폭넓게 실현하려고 해요. 국내 작품 제작 비중도 늘릴 생각이고요.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우리의 역할을 계속해내겠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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