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공사 중인 독일 베를린 훔볼트포럼의 모습. 연합뉴스

베를린의 한 유명 박물관이 완공될 전시공간을 계획하며 한국관의 면적을 중국, 일본의 10분의 1 크기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결정의 바탕에는 ‘조선이 16∼19세기 청나라의 속국이었고, 1905년부터는 일본의 식민지였던 터라 고대문화가 부실하다’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28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독일 훔볼트포럼(Humboldt Forum)은 올해 말부터 전시관을 부분적으로 열 예정이다. 훔볼트포럼은 재건 중인 프로이센 왕궁에 들어서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데 박물관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인 이곳에서는 과거 식민주의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담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등 비유럽권 국가들의 유물을 선보인다.

문제는 한국관으로 예정된 면적이 중국, 일본의 10분의 1 크기인 6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중국관과 일본관 사이에 조그맣게 배치됐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관 내 한쪽에 자리 잡을 위치는 한국이 중국의 변방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게다가 현재까지 확보한 중국, 일본의 전시품은 수천 점에 이르지만, 한국 유물은 예산 문제로 160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훔볼트포럼 홈페이지에 공개된 도면을 바탕으로 만든 한국관(왼쪽 위 파란색 선)과 일본관(빨간색), 중국관(주황색) 공간.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유물 수가 작은 면적을 할당받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애초부터 한국 고대문화를 바라보는 박물관 측의 왜곡된 인식이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지의 한 한국인 예술계 인사는 “온라인 워크숍을 참관한 결과 한국관 전시 담당 큐레이터가 ‘한국은 16세기부터 1945년까지 중국과 일본의 속국이거나 식민지였기 때문에 고대유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 설치미술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황당해했다.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의 고대유물이 부실해 전시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박물관 측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관 설치 논의는 2012년 시작돼 2년 뒤 훔볼트포럼 주관 단체인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베를린국립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본격화됐다. 한국관의 규모 등에 대해서는 2014∼2016년 사이에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중앙부처와 문화재 기관 관계자들이 최근 1∼2년 사이 훔볼트포럼을 찾은 점을 고려하면 박물관 측의 왜곡된 인식이나 전시관 관련 문제를 모를 리 없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지적이다.

한편 훔볼트포럼은 애초 올해 여름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공사·전시 준비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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